미국 경제가 「9년 호황」이라는 사상 최장기 호황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기업 및 가계 부채도 사상 최대치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및 가계 부채가 지금처럼 계속 늘어날 경우 결국 미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연방 부채는 최장호황과 이에따른 재정흑자에 힘입어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 및 가계부채는 갈수록 급증, 향후 미국 경제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FRB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연방 부채는 지난 98년 같은 기간보다 2.2% 줄어들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기업 및 가계 부채는 오히려 각각 11.5%, 9.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 부채는 사상 최고치로 늘어나 전체 부채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부채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저금리를 활용, 은행차입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주식투자를 늘리거나 인수·합병(M&A) 등의 기업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문의 부채 증가 역시 마찬가지다. 저축보다는 은행 대출을 늘려 주택구입 등 소비활동을 확대했고, 미국 경제성장은 이같은 왕성한 소비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최근들어 기업 및 가계 부채증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FRB가 올해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저금리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미국의 기업과 각 가계들은 이자 및 부채상환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소비활동 둔화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기록적인 경제호황속에 미국 기업들의 신용도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고,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도 급증, 부채증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지난해 미국 기업에 대해 대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그 숫자가 신용등급을 올린 기업 수의 2배에 달했고, 디폴트를 선언한 기업수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FT는 이와 관련, 『미국 기업 및 가계의 부채규모가 아직 위험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미국 경제 사이클에 순기능 역할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경제전문가도 적지 않지만 갈수록 미국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수석경제분석가인 존 론스키도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부채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면서 궁극적으로 경기둔화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용택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