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가 안보인다는데 안경 닦아드려야 할지…

현오석 부총리 컨트롤타워 역할 고민 드러내<br>취득세 영구인하 여부 10월 이전 결론

현오석

"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여러분의) 안경을 닦아드려야 하는 것인지, 정말로 제가 없는 것인지, 또 감독관이 장막 뒤에 있는 게 옳은지 앞에 나서는 게 좋은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현오석(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경제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등의 내용으로 청와대와 여당 등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맞은 직후인지라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하반기에는 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먼저 취득세 영구인하 여부에 대해 "예산안이 제출되는 10월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국회 제출일이 오는 10월2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9월 중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로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가운데 거래가 얼어붙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자 부총리가 직접 나서 향후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는 세금을 내릴지 말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히 부동산시장만 고려해 취득세를 올리고 내릴 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재원, 다른 세제와의 문제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10조원 가까이 세수에 구멍이 나 최대 20조원의 세수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상반기에는 지난해 실적이 반영돼 법인세 등이 많이 줄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세수부족 폭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수부족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지하경제나 비과세ㆍ감면으로 방향을 정한 만큼 증세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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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3%대 성장 진입이라는 기존의 낙관적 전망을 고수했다. 국내외 상황을 분석하면 상ㆍ하방 요인이 모두 존재해 현 시점에서 성장률 전망을 올리거나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하반기에 화끈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화끈한 정책은 찾기도 쉽지 않고 부작용도 크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적 여유공간(폴리시 스페이스)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미국 출구전략의 부작용을 지적할 계획이다. 현 부총리는 "미국은 출구전략의 시기ㆍ속도ㆍ방법을 신중히 결정하고 정책방향을 시장과 명확히 소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내용을 G20 업무만찬에서 강조하겠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가 G20 협의내용을 이례적으로 미리 공개한 것은 나라 안팎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내부 달래기' 목적으로 최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사실상 엔저를 용인하는 방향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자 "부총리는 무엇을 하고 돌아왔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대해 일종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나치게 빠른 출구전략은 미국 경제에도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리버스 스필오버는 경제학적으로 유동성 축소에 따라 신흥국의 경제불안이 미국으로 파급되는 부작용을 의미한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아베노믹스 자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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