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실적호전 기대에 힘입어 미국 등 해외 증시의 약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올 2ㆍ4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하단을 지킬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 현상)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추가적인 상승기조를 이어가려면 미국 증시의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 해외증시 급락에도 보합세 유지=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18포인트(0.22%) 떨어진 1,431.02로 장을 마치며 사흘 연속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에 힘입어 7일에는 장중 연고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미국 증시가 또다시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자 소폭의 조정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증시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결정하는 외국인이 이날 10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를 보이자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시장이 흔들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고 코스피지수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 매수세로 낙폭 줄여=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41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으나 후장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어난 데 힘입어 낙폭을 줄여나간 끝에 결국 1,430포인트를 지켜냈다. 2ㆍ4분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막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증시의 하락에도 국내 증시가 소폭의 조정에 그친 것은 그만큼 시장 에너지가 튼실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시장의 부진을 감안한다면 오늘(8일) 국내 증시가 약보합으로 마감한 것은 굉장히 양호하고 깔끔한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내 기업들의 올 2ㆍ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이달 초에 비해 각각 1.51%, 1.91%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발표된 후 IT 업종의 실적 추정치는 이달 초에 비해 무려 13.95%나 수직 상승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IT와 자동차 업종이 확실하게 장을 이끌고 있어서 시장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며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가 횡적으로는 자동차주 같은 수출주, 종적으로는 후방 산업의 부품주 등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상승 위해서는 미국 증시 여건도 개선돼야=하지만 실적기대감이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된데다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도 한계가 있는 만큼 코스피지수가 계속 상승 커브를 그리려면 미국 증시의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중 유독 한국과 중국만 오르고 있는데 오늘의 조정은 이 같은 상대적 강세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것 같다”며 “나홀로 강세를 유지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 증시나 경제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