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 노조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윤 회장의 리더십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KB 회장 경선 과정에서 줄곧 윤 회장을 지지했던 국민은행 노조가 윤 회장 추대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특별수당 지급' 등을 주장하며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현재는 다소 잠잠해진 상태지만 윤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 갈등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올해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으로 직원들이 야근과 휴일근무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그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건호 전 행장이 구두로 이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는 것도 노조 측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표면적 이유다. 노조는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을 벌이겠다며 사실상 새로운 경영진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KB금융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직접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특히 윤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지했던 노조와 맞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회장이 일시적 잡음을 없애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금융계 비판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KB의 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히 은행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KB 전 직원들이 감당했어야 할 고통이라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오히려 윤 회장이 구조조정을 동반한 국민은행 리빌딩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쟁자인 신한은행에 비해 국민은행은 인력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지지를 받아온 윤 회장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 내부 관계자는 "전면적 구조조정은 쉽지 않겠지만 윤 회장이 노조를 다잡는 리더십과 KB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