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모리 전 총리의 이날 면담은 최근 한일 양국이 경색된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대화와 접촉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모리 전 총리를 만나는 것은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식 때 이후 1년 7개월여만이다. 일본 정계 인사와 대화를 나누기는 지난 7월25일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 면담 이후 대략 두 달 만이다.
모리 전 총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한하며, 개막식 참석에 앞서 박 대통령을 예방한다. 모리 전 총리는 2001∼2010년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지한파다.
특히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리 전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한일관계 개선 희망을 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박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대변인은 “모리 전 총리가 전달할 (아베 총리의) 메시지 형태에 대해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친서 전달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일본은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며, 이번 모리 전 총리의 박 대통령 예방도 한일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외교적 명분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일본이 한일정상회담과 동시에 연내 중·일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것도 한일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모리 전 총리가 전달한 아베 총리 친서에는 한일정상회담 개최 희망 등 관계개선 의지를 담고 있으나, 그동안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날 모리 전 총리와의 면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결단을 재차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외신인터뷰에서도 “이분들(위안부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날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일본을 겨냥, “동북아 평화협력 질서 구축을 위해 올바른 역사 인식과 역내 갈등의 근원을 분명히 해결코자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날 면담에서 내년이면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만큼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설정하자는 입장도 함께 밝힐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즉,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한일관계가 오랜 냉각기에서 벗어나 안정적 우호 관계를 설정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