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자체 10년의 미제

곽경호기자 <사회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지방자치제도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인사다. 지방에는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말이 떠돈다. 지방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빗댄 얘기다. 지난 20일 박재택 울산 행정부시장(1급)이 35년 공직 생활을 뒤로한 채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박 부시장의 사퇴는 행정부시장 교체 및 자체 승진을 추진하던 울산시장의 인사권 행사 과정에서 파생된 양측간 갈등이 주원인이 됐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3월에 부임 2년을 갓 넘긴 행정 부시장을 교체하고 측근인 현 울산시 고위직 인사(2급)를 자체 승진하려다 행정자치부의 거부와 당사자인 박 부시장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박 시장은 정부가 임명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시장에 대해 사실상 전례 없는 인사권을 행사하려 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시장의 눈 밖에 나기 시작한 박 부시장은 결국 울산 공직사회에서 철저하게 ‘왕따’로 전락했다. 자치단체장 견제를 목적으로 정부가 임명하는 부단체장들이 ‘왕따’로 전락하는 사태는 최근 전국 광역자치단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ㆍ도지사들과 그나마 코드가 맞는 부단체장들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양측간 ‘견원지간’이 되기 일쑤인데다 공직자로서는 견디기 힘든 따돌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갈등을 부추기고 나아가 이들의 갈등을 즐기는 쪽이 있다는 점이다. 승진 기회를 노리는 지방의 고위직 공무원들 일부는 이들의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오히려 애써 외부로 드러내보이려 한다는 게 지방 관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아직 정년이 2년6개월이나 남은 박재택 울산 행정부시장이 스스로 퇴진을 택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지방 공직사회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박재택 울산 행정부시장의 이번 퇴진을 계기로 다시금 우리 지방자치제도가 안고 있는 일그러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더욱이 지방행정 최고 수장들끼리의 다툼에서 비롯되는 민심 이반과 행정 공백의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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