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과도한 행정규제에 범죄자 낙인 찍히는 기업인 늘어난다

■ 한경연 국제심포지엄<br>국내 기업인 기소율 60% 일반 범죄자의 2배 달해<br>막대한 사회적 비용 초래… 경제성장에 걸림돌 작용<br>형벌적 처벌만 의존 말고 벌금제도 적극 활용해야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 국제심포지엄에서 김일중(왼쪽) 성균관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한스베르튼 셰퍼 독일 함부르크대 교수가 경청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경연


배임ㆍ횡령 등 기업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나친 행정규제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을 찍히는 기업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기업행위에 대한 경제범죄 처벌이 형벌적 수단에만 의존하면서 과잉범죄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마디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행정규제의 악용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저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5~2009년 통계를 분석해보면 일반 형사범의 기소율은 30%대를 유지한 반면 주로 기업과 기업인이 대상인 행정규제 위반자의 기소율은 이보다 두배가량 높은 60%대 이상을 보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저명한 법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진행됐다. 한경연은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규제범죄로 인한 과잉범죄화가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해소할 대안을 구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 유럽법경제학회 회장이자 독일 함부르크대 교수로 법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스베른트 셰퍼 교수는 '국부가 증가함에 따라 형법의 영역이 축소돼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기업행위에 대한 과잉범죄화 문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임을 지적하면서 경제발전에 따른 범죄화 추이와 형법 적용의 한계를 설명했다. 셰퍼 교수는 "피해자를 적시할 수 없는 범죄행위에 대해 다른 범죄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경제행위에 대한 비범죄화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는 기업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으로 징역형이 아닌 벌금제도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규제의 과다한 적용으로 규제범죄자를 양산하는 과잉범죄화 현상이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규제범죄의 과다한 형벌화로 국민의 5분의1, 성인의 4분의1 이상이 전과자로 내몰리고 있는 과잉범죄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며 "범죄억지 및 위반행위의 저지라는 고유목적을 위해 도입된 행정규제가 비형벌적 제재수단은 무시된 채 형벌적 수단에만 의존하는 행정규제 악용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일반 범죄자의 기소율이 31%인 반면 규제범죄자의 경우에는 두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잉범죄화의 주요 원인은 행정규제의 창궐과 정부 기관들의 권력구조에 있다"며 공정거래법이 행정규제 범죄자 양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제발표를 한 누노 가루파 일리노이대 교수는 "여러 가지 제재방식 중 형법으로 다스려야 하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활동이 (공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다른 방식에 비해 더 효율적인 억제방식이어야 한다"며 법경제학적 형벌화 이론을 제시했다. 따라서 만일 이 같은 두 가지 형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형벌이 아닌 민법적 제재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방식으로 형벌을 사용할 경우 경제활동으로 사회가 얻는 혜택에 비해 형벌적 제재로 발생하는 비용이 낮을 때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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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고메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 법대 교수는 스페인도 과잉범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메스 교수는 "형벌을 결정할 때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볼 때 비범죄화는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헨리크 란도 덴마크 코페하겐비즈니스스쿨 법학과 교수는 "과잉범죄화의 주요 원인이 독점금지법과 인사이드 트레이딩 같은 금융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경제적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관된 법 적용이 더욱 중시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과잉범죄화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 집행 당국의 질적인 면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조애나 셰퍼드베일리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과잉범죄화로 기업이 떠안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 현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며 "범죄화로 정부가 기업이나 피해당사자에게 전가하는 비용의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 준수 비용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과잉범죄화의 문제점이라고 지목했다.

한경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정반대로 매년 규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노동ㆍ환경규제가 크게 늘고 있다"며 "규제가 증가할수록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도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행위에 대한 과잉범죄화는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하지만 기업활동을 범죄화하는 것이 경제성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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