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산가들 '메뚜기·게릴라식 투자'

ELS서 해외투자채권·아파트·상가·공모주로…

저금리 장기화 따라 돈 되는 곳 찾아 치고 빠지기


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년 전에 은퇴한 이동건(가명)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근처의 빌라 한 동을 20억원에 매입했다. 자금은 은행 예적금 등을 해지한 것에 퇴직금 등을 합쳐 마련했다. 금리가 워낙 낮아 은행에 묻어둬서는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빌라 내부를 개조하고 전문 임대업자에게 운영을 맡겼다. 주된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연 6~7%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3일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과 수신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최근의 자금 동향을 파악한 결과 저금리 기조가 시장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채로운 투자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차명거래금지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6개월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면서 '피난처'를 구하려는 돈의 움직임도 머니무브를 연상시킬 정도로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도 '메뚜기' '게릴라' 등으로 일컬어질 만큼 한층 빨라졌다. 시중에 자금은 넘쳐나지만 투자대안이 많지 않다 보니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 하면 치고빠지기식 행태가 나타나는 셈이다.


ELS에서 해외투자채권으로, 다시 머니마켓펀드(MMF)로, 여기서 분양아파트와 상가로, 공모주로 계속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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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자금 담당 부행장은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낮아지지 않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메뚜기식 이동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상가를 매입하더라도 전략 자체를 세분화하고 단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 게릴라식으로 이동하는 모습들이 확연해지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 위례신도시 증 강남권에 집중됐던 투자도 비강남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리단길이나 홍대입구·효자동 등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에 투자가 이뤄진다.

의정부·평택 등지의 아파트를 사들여 주변 미군들에게 임대하는 식의 투자도 목격된다.

투자패턴 변화는 금융사 PB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투자자문업 겸업을 위해 이달 초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금융당국에 라이선스 취득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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