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반갑다, 환율 급등" 남몰래 미소짓는 자산가들

원·달러 1020~1030원대서 상반기부터 꾸준히 달러 매입

환차익 수익률 6~7% 달해… 투자보단 실수요 목적 대부분

원·달러 환율 급등에 자산가들이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 실수요자인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달러화가 비교적 약세를 보이던 서너달 전에 이미 달러화를 충분히 쌓아뒀기 때문이다.

9일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20~1,030원대 일 때 달러화를 많이 사들였다.


5만달러 정도를 사들인 자산가가 일반적이었으며 1~2만달러가량의 소액 구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의 경우 지난 몇 달간 고객이 바꿔간 금액만 1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9원 오른 1,093.7원에 마감, 이들이 환차익으로 거둬들인 수익률만 6~7%에 달한다.


강남의 한 시중은행 PB센터 지점장은 "환율이 1,030원일 때 10만달러 정도를 사놓으라고 권유한 고객이 지점을 직접 방문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며 "이 고객이 석달여 만에 번 돈이 600만원 정도이니 요즘 금리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월등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자산가들은 올 상반기부터 달러 매입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년 간의 환율 추이와 비교할 때 당시 환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유흥영 서울파이낸스센터 신한PWM팀장은 "올 3월부터 분할매수를 통해 달러를 바꾸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며 "이들 고객은 3년간의 환율 추이를 비교해 그때 당시가 달러를 사들일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자산가들은 이 같은 자금 움직임에 대한 직감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밝혔다.

PB들 또한 환율이 1,030원 아래로 내려간 후부터 달러 이용이 많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매입을 적극 권유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유학생 자녀 송금 용도 때문에 미리 달러를 확보한 자산가들이 많았다"며 "설마 하던 자산가들도 올해 말께에 환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을 계속 내비치자 달러를 많이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같이 이유로 환율이 껑충 뛴 7일에도 시중은행 PB 영업부로 걸려온 환율 관련 문의전화는 몇 달 전과 비교해 오히려 적었다는 후문이다. PB들 대부분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됨에 따라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달러 매입을 권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 외에도 일본과 유로존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추이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 자산가들 중 투자목적으로 달러를 매입한 비율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B들이 달러 매입시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실수요자 위주로 달러 매입을 권한 탓이다. 또 달러로 바꾼 외화예금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0.25%)에 준하는 이자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자산가들의 자금 보관 수단으로서 선호도가 높지 않다. 윤청우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달러가 강세를 띨 것이라는 이야기는 몇 달 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원화가 그나마 선방할 때 미리 달러를 사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 권유했었다"며 "다만 외화예금의 금리가 제로 수준이라 달러를 너무 많이 바꿀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을 감안, 비교적 소규모인 2만달러나 5만달러 정도만 바꿀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