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후 어떤 평가를 받을까.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사연표'를 몇 편 봤더니 이명박 대통령 취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북측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등이 적혀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개성공단 설치 합의와 남북 정상회담 등이, 김대중 정부 때는 금강산관광 시작과 6ㆍ15 남북 공동성명, 한일 월드컵 개최 등이 기술돼 있는 데 비해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야박해 보였다.
물론 '한국사연표' 몇 편을 가지고 현재진행형인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점수가 박하다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KAIST 사태와 '다스 지분' 문제를 봐도 그렇다.
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KAIST 사태의 경우 서남표 총장의 경쟁지상주의 개혁이 결국 연쇄자살을 유발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교육철학과 '서남표 개혁'을 동일시하는 비판이 덩달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교육철학은 경쟁은 지향하되 전인교육을 함께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런 비난은 합당치 않다.
'다스 지분' 논란의 경우도 그렇다. 이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가 소유했던 다스라는 회사의 지분 5%를 최근 미망인이 청계재단에 기부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이 다스를 위장 소유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일각에서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그런 주장은 선의의 재산기부를 악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시절 민주투사였기 때문에 서민들의 고충을 잘 알고 민주주의를 깊이 사랑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생각했다. 또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월급쟁이에서 대기업 회장에 오른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경제감각이 탁월하다고 믿었고 남북관계에서도 희망에 찬 통합의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해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이 대통령에 대한 야박한 평가는 그런 국민들의 기대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의 바람을 다시 생각하고 남은 임기 분발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