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연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말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상반기 중 경기 위축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북핵문제였고, 하반기 경기의 불투명성도 상당부분 거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북핵위기는 작년 10월 미국의 대북 핵특사 제임스 켈리에게 북한이 우라늄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이후 점증돼 왔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미 3자회담 때 북한은 미국측에 핵무기의 보유사실을 시인했고, 최근 들어서는 지난 8일 폐연료봉의 재처리 완료를 미국에 통보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핵무기 보유 및 추가보유 계획을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체제의 안전과 경제지원을 보장한다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므로 폐기를 전제로 국제사회에 그들의 핵무기 실상을 이실직고하는 의미도 있다. 이라크도 핵무기가 없어서 미국에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므로 군사력의 과시목적도 없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크게 오판하고 있는 점이 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대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지 4개월이 되도록 대량살상무기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해 허위ㆍ과장 정보로 국민을 기만한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고 있다.
북한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핵무기 보유의 공개적인 과시가 협상목적을 넘어 미국에 대한 협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있지도 않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는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언하는 북한을 그냥 둘 것이냐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부시 정부도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여론은 그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그것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라다. 대화해결을 말하면서도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북ㆍ미간에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화방식과 관련,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미국은 주변국이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 두 방법을 절충하기 위한 물밑 협상이 관련국 사이에서 한창이다. 최근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해 다자회담의 성사가능성을 높이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전해져 한가닥 희망을 갖게한다.
북한이 다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협상 전략이다. 체제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고,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남한과 일본이 필요하다. 북한은 다자회담을 수용해야 한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