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를 조심하라.”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와 운명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둔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 ‘카드 경계령’이 떨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차없이 경고나 퇴장 카드를 꺼내 들기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프랑크 데 블릭케레(44)를 한국-아르헨티나 전의 주심으로 배정했기 때문이다. 데 블릭케레 주심은 1999년과 2003년 벨기에 리그 최우수 심판, 2006년에는 세계 심판들이 뽑는 최우수 심판으로 선정된 베테랑이다. 18세 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뒤 심판의 길을 걸었고, 95년부터 벨기에 프로 리그에서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활동해 왔다. 2000년 포르투갈-웨일스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주심으로 데뷔했고, 2003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2004년과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2005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지난해 FIFA U-20 월드컵에서는 가나-브라질의 결승전을 맡는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독일 월드컵에서는 4경기를 맡았고, 이번이 개인적으로 두 번째 월드컵 본선이다. 2007년 5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AC밀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경기 주심을 맡았는데 당시 박지성(맨유)은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은 12일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옐로카드를 한 장도 받지 않는 등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몸 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칫 경고 누적 또는 퇴장카드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데 블릭케레 주심은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인터 밀란의 16강 1차전에서 경기 시작 30분 만에 인터 밀란의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경고 두 장을 줘 퇴장시켰다. 그리스 대표팀의 수비수 루카스 빈트라도 지난해 9월 스위스와 월드컵 유럽예선(0-2 패)에서 데 블릭케레 주심으로부터 전반 42분 만에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쫓겨났다.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카드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