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슈퍼 파워' 꿈꾸는 중국] <4> 세계 곳곳에 ㈜차이나 건설

"이젠 사냥꾼으로" 해외진출 활발<br>외국 선진기업 인수·합작 통해 최첨단기술 확보 노려<br>"중국産=저질 옛얘기" 美·日등 IT강국 추월 시간문제


['슈퍼 파워' 꿈꾸는 중국] 세계 곳곳에 ㈜차이나 건설 "이젠 사냥꾼으로" 해외진출 활발외국 선진기업 인수·합작 통해 최첨단기술 확보 노려"중국産=저질 옛얘기" 美·日등 IT강국 추월 시간문제 • "중국기업 모셔라" • '팍스 시니카' 서곡 울려퍼진다 • 균형성장 추구 • 경쟁력을 높여라 “우리 회사는 중국에서의 1등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만간 세계 제일의 PC메이커로 변신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7일 류촨즈(柳傳志) 레노보(롄상)그룹 회장이 미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의 PC사업부문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IBM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적극 활용해 세계1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PC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이다. 같은 시간 베이징에 있는 레노보 본사. 창사 20주년을 맞아 기념식 준비에 바쁘던 임직원들은 IBM 인수계약이 최종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이젠 세계 최고기업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외쳤다. 당시 기자회견장을 찾았던 중국 주요 신문방송 기자들도 류 회장의 장미빛계획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음날 중국 주요 언론들은 레노보의 IBM 인수를 대서 특필하며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에서 중국의 디지털 공습이 시작됐다’ ‘중국 정보통신업계 사상 매우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 제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작년 12월15일.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2005년 에어컨 1,000대를 팔아 LG전자를 따라잡고 세계 최대 에어컨 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이얼을 글로벌 경영체제를 더욱 확대하고, 자체 상표비중을 늘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가전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이얼은 이미 세계 11개국에 13개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이얼의 고위 관계자는 “해외 생산라인과 자체 브랜드 비중을 늘리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해외 진출 확대와 기술개발 등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자금의 블랙홀이자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사냥감’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는 ‘사냥꾼’으로 변신하며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상위권 업체와 합작하거나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후발주자에서 단숨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는 외국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이제는 직접 외국으로 나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국가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노보의 IBM PC사업인수, BOE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등이다. 중국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외화보유액이 최대무기가 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기업들의 ‘사냥감’은 전자ㆍ정보통신, 자동차, 유화, 원자재 등 모든 산업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휴대전화, 이동통신 핵심부품 등은 중국 정부의 전략산업 인수합병계획 아래 이뤄지는 등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독일의 TV업체인 슈나이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프랑스 최대 가전업체인 톰슨과 합작해 연간 1,800만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TV생산공장을 만든 TCL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전자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이동통신 등 첨단 산업과 관련된 기업이 M&A시장에 나온다면 인수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 기업인수로 인한 기술력 향상도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자ㆍ정보통신 분야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의 해외 기업인수로 중국제 상품은 저질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면서 “이 같은 속도라면 미국, 일본, 한국 등 IT강국들을 뒤쫓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원유ㆍ가스ㆍ탄광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해 ‘밖으로 나가자’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엄청난 베팅하는 큰 손으로 등장해 국제원자재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부상한 중국이 무차별적인 세력확장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 중국석유화학총공사(SINOPEC),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3?국영 석유회사는 경쟁적으로 국외 유전ㆍ가스전 지분 매입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전체 생산량 가운데 20%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자본의 해외진출이 빨라지면서 세계 모든 국가가 중국투자에 대해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해외 순방을 할 때마다 각국의 투자유치 유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중국의 위상변화를 실감케 한다. 지난해 11월 아시아ㆍ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순방에 나섰던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쿠바에서만 매장량 8억톤으로 추정되는 쿠바 니켈산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총 16건에 이르는 협정을 체결했다. 후 주석은 이에 앞선 남미 순방에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받는 대신 300억달러가 넘는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중국기업들의 남미 진출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선진국들도 중국자본 유치대열에 가세했다. 영국과 프랑스 관리들은 이미 중국으로 날아와 투자유치행사를 가졌다. 한국도 지난달 20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직접 나서 투자유치설명회를 열었다. 이 같은 열기에 따라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지난 2002년 2억4,94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1억5,810만달러로 5배나 늘어났다. 중국은 지금 인진라이(引進來ㆍ외국자본 국내유치)와 쩌우추취(去出去ㆍ국내기업 해외진출)라는 쌍두마차 정책을 통해 중국의 경제수준과 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계속 진행되는 한 중국 기업의 ‘해외로 가자’ 열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中 간판기업 90% "해외투자 늘릴것" 중국의 간판기업들 가운데 90%가 앞으로 1~2년간 해외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일 컨설팅업체인 롤란드 버거 스트레티지 컨설턴시가 최근 중국의 간판기업 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90%가 이미 해외에 투자했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는 중국 기업의 ‘세계경영’경향을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할 지역으로는 북미지역이 23%로 가장 많았고, 남미지역이 14.3%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러시아와 동유럽도 투자를 더욱 늘릴 지역으로 꼽았고, 한국과 일본은 6.2%만이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해외투자 방식으로는 공장건설 등 신규법인 설립이 48%로 가장 많았고, 전략적 제휴(39%)와 인수합병(13%)이 뒤를 이었다. 해외투자를 하는 이유로는 56%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라고 답했고, 자원확보(20%), 선진기술 및 브랜드 획득(16%)도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5-01-12 17:2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