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명운이 걸린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청년세대의 활력을 되찾아줘야 합니다. 그러나 노인 유권자 눈치를 보는 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인구 문제 전문가인 고미네 다카오(64·사진) 호세이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경제기획성·국토교통성 등을 거치며 30년 넘게 경제관료로 재직해온 그는 지난 2002년 퇴임 후 대학교수 및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연구원으로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과 인구 문제 해법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고미네 교수는 "일본은 이미 '인구 오너스' 단계에 접어들어 저성장이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진단했다. 인구 오너스는 피부양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이 감소하며 경제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현상을 말한다. 청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개발도상국가들이 노동력 증가로 경제가 성장하는 '인구 보너스'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일본은 5월 기준 인구 1억2,000만명 중 생산연령인구가 7,800만명으로 줄면서 8,000만명선이 붕괴됐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200만명에 달해 전체의 25%를 돌파했다.
고미네 교수는 "현재 일본은 노인 인구 증가로 저축액이 줄고 사회보장 부담이 치솟으면서 전반적인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는 게 경제부흥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인구 문제 해결의 투트랙으로 '출산율과 기존 노동력의 활용도 높이기'를 제시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여성·노인·이민자들의 취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출산·육아비용과 노령층에 대한 사회복지 부담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짐을 덜어줘 경제의 활력을 되찾자는 제언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인구·노동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실버 민주주의'라는 걸림돌 때문에 실제로 이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고미네 교수는 전망했다. 노령층(실버 유권자)이 확대되면서 정책방향에 대한 이들의 입김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쉽사리 노인층에 편중된 사회복지 예산을 청년층 쪽으로 옮겨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미네 교수는 "일본 정당 가운데 어느 곳도 노인 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연금 등 사회보장급여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에 달해 재정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출산·보육 등 가족지원 예산은 GDP 대비 1%에 불과해 유럽 평균인 2~3%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고미네 교수는 "아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현재 1.43명 수준인 합계 출산율을 2.70명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구 오너스를 겪고 있는 일본은 다른 국가들에도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