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임금 체불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우울한 설날을 보낼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해 말까지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체불 임금 액(퇴직금 포함)이 최소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439억원(2000년 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난 2002년(618억원)의 거의 4배 수준이다. 특히 대구ㆍ경북지역은 체불액이 403억원으로 2002년의 88억원에 비해 4.5배 가량 늘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1월말에 1,864억원이었던 임금체불액이 한달 동안에만 최소 5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에는 체불액이 더욱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불액이 늘어나면서 지난 11월에 5만명 이었던 체불 근로자가 더욱 증가, 많은 근로자가 우울한 설날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근무하던 김경철씨(35)는 “회사가 문을 아예 닫으면서 수개월째 월급을 못 받았다”며 “올해는 고향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해에만 1,220억의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체불 임금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 제도가 시행된 후 처음”이라며 “내년에는 지원 액을 1,500억원으로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기업의 도산, 휴ㆍ폐업 -) 체불 임금 급증 -) 내수 경기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체불임금의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바닥경기가 회복되어야 중소기업이 살고 체불 임금도 줄어든다”며 “내수가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협중앙회가 이날 40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자금 수급실태`를 조사할 결과 설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업체는 전체의 73.3%로 지난해의 80.6%에 비해 7.3%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지난해 보다 상여금 지급수준을 늘리겠다는 업체는 2%에 불과한 반면 축소하겠다는 업체는 9.7%에 달했으며 61.6%가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상여금 지급수준은 기본급 기준 51∼100%가 59.7%로 가장 많았고, 50%이하가 36.0%를 차지한 반면 100%를 초과해 지급하는 업체는 4.3%에 그쳤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