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 협상단 5일 방한… 이해득실 촉각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협상단이 이르면 5일 방한, 하이닉스반도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상에 본격 착수한다.
4일 채권단과 하이닉스에 따르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전략적 제휴 선언 이후 구체적인 후속방안 마련을 위해 이번주 중 1차 회의를 갖고 서로의 협상조건을 전달하기로 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마이크론 협상단이 곧 방한해 하이닉스 경영진 및 구조조정특위 측으로부터 현황을 설명듣고 경기도 이천 공장을 방문해 실사작업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이크론은 골드만삭스를, 채권단과 하이닉스측은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를 각각 협상대리인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항들은 구조조정특위 및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과 마이크론 경영진이 직접 협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 감산과 기술제휴 ▲ 일부 생산라인의 매각 ▲ 지분맞교환 및 유상증자 참여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상정해 놓고 분주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유증으로 현금확보 추진… 경영권 이관엔 부정적
■ 하이닉스 입장
하이닉스반도체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이와 관련, "주주와 종업원의 이해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제휴를 맺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분맞교환보다는 하이닉스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현금유입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로서는 우선 내년 1월로 예정된 5,000억~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마이크론이 참여하는 방안을 희망한다. 주당 3,000원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마이크론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유치를 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주식은 현재 10억1,100만주 규모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감안하면 20억주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1조원을 투자해 15%(3억주)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경영권을 마이크론에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하이닉스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넘겨주게 되면 하이닉스뿐 아니라 국가산업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 없지 않느냐"며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이사회에 참여해 중요한 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채권단의 출자전환 물량을 마이크론과 맞교환해 일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되 경영권은 넘겨주지 않고 제휴 관계를 만드는 방안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조영주기자
양사 지분 맞교환땐 지원자금 회수 용의
◆ 채권단 입장
하이닉스 채권단은 오는 6일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2조9,900억원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하면 약 48.8%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 아직 양측이 얼굴만 맞대는 단계라는 점에서 협상을 예측하는데는 말을 아끼면서도 지분변동과 경영권 향배 등 이해득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이번 제휴가 단순 감산 정도로 끝날 경우 보유지분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이크론과 지분을 맞교환 할 경우 채권단 보유물량이 우선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하이닉스 지원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차피 보유물량을 시장에서 처분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맞교환 하게 된다면 환금성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며 "마이크론이 내년에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지만 이는 채권단 지분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상 초기단계라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채권단으로서는 출자전환 주식을 언제, 어떤 형태로든 매각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상증자와 지분 일부의 맞교환, 시장매각 등을 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경기 회복기대 완전합병가능성엔 이견
■ 해외시각
하이닉스와 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진행 중인 전략적 제휴 논의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반도체 산업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향후 행방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일 이번 협상으로 양사가 완전합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마이크론으로서는 하이닉스의 일부 지분 및 자산매입, 기술 혹은 마케팅 부문의 제휴 등 다른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나 협상이 결렬되지 않는 한 완전합병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경제전문통신사인 다우존스는 합병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우존스는 실제로 이번 논의는 잠정적인 것이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3일 밝혔다.
다우존스는 하이닉스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79억달러의 정부지원을 받는 등 생존에 급급해온데다 마이크론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력, 엄청난 부채 규모, 새로운 기술투자에 필요한 자금 부족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쟁업체인 인피니온이 협상당사자인 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4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협상으로 인피니온ㆍ도시바간 추진하고 있는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만약 합병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인피니온은 단기적으로 가격상승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인피니온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며 "투자자금이 마이크론에서 인피니온으로 흘러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