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 리라화 ERM복귀 발표 첫날/달러 급등·금값 폭락

◎1불=1.5238마르크… 5주만에 최고치 경신/리라화 불신 여전 안정성 높은 달러로 몰려/금은 온스당 374불로 20개월만에 최저 기록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 리라화를 유럽환율체제(ERM)에 복귀시키기로 한 여파가 심상찮다. 주요외환시장에서는 EU 재무장관의 발표후 개장 첫날인 25일 유럽통화의 투매에 불이 붙었다. 달러화는 이날 런던시장에서 마르크화에 대해 1.5221마르크까지 급등했고 뉴욕에서는 달러당 1.5238마르크까지 치솟아 지난 10월중순 이후 5주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도 달러화는 달러당 1.2877프랑으로 올라 2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에 대한 상승폭은 더욱 컸다. 뉴욕에서 하루만에 달러당 1.28엔 상승, 1백12.71엔까지 올라섰다. 리라화 여파에다 일 중앙은행 관리가 한와(판화)은행에 이어 파산은행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데 따른 위기감때문이었다. 금융기관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년까지 현상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도 달러화 강세에 한몫했다. 이날 유럽통화의 일제 급락은 리라화에 대한 불신의 강도가 표출된 결과로 풀이될 수 있다. 넓게는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불신으로도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지난 92년9월 리라화가 ERM에서 「축출」당할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이탈리아는 연율7%의 인플레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의 재정적자, GDP 99%의 공공부채 등 국가재정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통화가치 역시 폭락했다. 금리인하등으로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무효였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에 자신있던 독일은 인플레우려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각국간 경제격차는 벌어지고 유럽 외환시장은 혼돈에 휩쌓였으며, 급기야 이탈리아는 ERM에서 축출됐다. 지난해에는 환율변동폭이 15%까지 확대, 리라화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92년의 「악몽」은 아직도 리라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EU재무장관들이 설정한 중심환율 「마르크당 9백90리라」도 현실성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정도 중심환율로는 EU가 규정하고 있는 통화변동폭 15%를 도저히 맞출수없다는 계산이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축소되지 않는데다 금리가 불안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탈리아 정부가 당초 마르크당 1천50리라를 요구한데서도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결국 리라의 복귀가 유럽 각국의 환율을 다시 혼돈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판단, 통화의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는 달러화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최근엔 금·은 매입자들 마저 달러화 매입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금은 지난 몇달간 수요부진으로 가격이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달러화의 안정세는 견고하다. 안정권에 있던 달러화가 급등하자 금 투기자들은 달러화 매입에 바빴고, 금값은 온스당 3백74달러까지 폭락, 1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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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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