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명윤리법안 또 무산 우려…국회 관심부족 심사 늦어져

지난 5년여 동안의 논쟁을 거쳐 어렵게 마련된 정부의 생명윤리법안이 국회의 관심부족으로 또 다시 자동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생명윤리법안은 시민단체ㆍ종교계와 과학계,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간의 뜨거운 논쟁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아직 법안심사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국회가 장기간 공전된 데다 정부입법안보다 의원입법안을 먼저 처리한 보건복지위 위원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된 관련법안은 정부안과 의원입법안 4건 등이 있다. 법안이 자동폐기될 경우 인간복제 행위, 정자ㆍ난자를 사고파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없는 등 생명윤리에 관한한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인간배아(胚芽)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전자정보 보호ㆍ관리, 병원ㆍ연구기관에 기관생명윤리심의위를 둬 과학계의 연구개발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하려는 조치들도 미뤄진다. 특히 희귀럼?『?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의 체세포핵이식 행위 중 어떤 것이 허용되는 지에 대한 결정이 늦어져 생명과학계의 연구개발 노력과 관련 기술ㆍ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희귀ㆍ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 개발 및 투자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체세포핵이식은 환자와 유전형질이 99% 이상 동일한 복제배아를 생산,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없고 각종 장기ㆍ조직세포로의 분화 및 대량증식이 가능한 줄기세포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희귀ㆍ난치병을 치료할 세포치료제의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법안은 허용되는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종류ㆍ대상 및 범위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심의해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종간(異種間) 체세포핵이식 중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소 등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연구는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돼야만 찬반논란이 거센 체세포핵이식 연구에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체세포핵이식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생명윤리법안이 통과되고 국가생명윤리위의 인정을 받아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연구로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를 인정해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종간 체세포핵이식 연구가 허용되면 수많은 여성의 난자가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국가 및 연구기관 생명윤리위원회의 엄격한 관리 아래 이뤄지기 때문에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지금보다 위험요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인간에게 쓸 세포치료제는 결국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친 경계감은 우려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인간배아가 실험실로 향하는지 알 수 없고 한국에서 첫 복제인간을 만들겠다는 유사종교단체의 시도도 있었던 만큼 생명윤리법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며 “이종간 핵이식, 배아복제 연구의 허용범위 등 예민한 쟁점들은 국가생명윤리위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이견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법조차 없는 상황을 방치해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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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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