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패스트푸드 비만책임 논쟁

`먹은 사람이 잘못이냐, 판 사람이 잘못이냐` 최근 `담배 소송`에 이어 불거지고 있는 `햄버거 논쟁`의 요지다.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등 기름진 패스트 푸드가 체중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 이를 알면서도 먹은 사람과 판 사람 중 비만에 대한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미 연방법원은 22일 `먹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자신들 스스로가 과도한 소비를 해놓고 보호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게 담당 판사의 말이다. 맥도널드 측이 `이번 소송은 처음부터 상식에 어긋난 것`이었다며 반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지난 8월 자녀들이 정기적으로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은 뒤 비만과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켰다며 뉴욕의 몇몇 부모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을 계기로 최근 타임, 포천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패스트 푸드의 유해성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천의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보자. `햄버거가 담배의 뒤를 이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처음 담배 소송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주요 담배 회사들이 결국 수 천억 달러의 손해배상금 지급판결을 받게 된 사실을 새삼 주지시켰다. 패스트푸드는 담배와 같은 중독성은 덜하지만 아동기에 패스트푸드로 인해 비만해질 경우 이 영향이 평생을 간다는 점에서 그 유해성은 덜하지 않다는 게 포천의 주장이다. 물론 패스트푸드가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유일한 원인일 리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담배역시 폐암 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패스트푸드 소송 역시 언젠가는 `상식적인 일`의 범주에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측 의무가 아닐까. 머지 않은 미래에 햄버거의 포장지에 `패스트푸드는 비만과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아동들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윤혜경 기자(국제부)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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