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ㆍ부품의 외국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외화가득률이 60%를 겨우 웃도는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양적으로는 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나 과실(果實)의 상당 부분이 주요 원ㆍ부자재 수입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각국의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외화가득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0년 현재 우리 나라 수출의 외화가득률은 63.3%였다. 이는 1,000원어치의 상품을 수출할 경우 633원은 국내 부가가치로 성장에 기여했으나 나머지 367원은 수입을 통해 해외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외화가득률은 1980년의 63.1%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외화가득률은 1985년 64.7%, 90년 69.2%, 95년 69.8% 등으로 꾸준히 오르며 70%까지 근접했었다. 선진국들의 외화가득률은 미국 94.7%, 프랑스 87.5%, 영국은 84.3%(이상 90년), 일본 90.5%(95년) 등으로 우리 나라보다 훨씬 높다.
산업별 외화가득률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석유 및 석탄제품이 38.4%로 가장 낮고 농림수산품과 광산품이 각각 89.2%와 89.9%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의 외화가득률은 49.7%, 통신ㆍ방송기기는 51.1%였고 이들 품목이 포함된 전기ㆍ전자업종은 54.1%로 전체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특히 전기ㆍ전자업종의 외화가득률은 지난 95년의 65.3%에 비해 5년새 11.2% 포인트나 떨어져 부품의 국산화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기초 소재산업에서는 석유ㆍ석탄제품 외에 1차금속제품(95년 60.9%→2000년 58%), 비금속광물(81.9%→78%), 화학제품(66.2%→62%) 등의 외화가득률이 낮아졌다. 조립가공산업에서는 전기ㆍ전자제품 외에 정밀기기(77.4%→66.1%), 수송장비(72.1%→69.3%), 일반기계(71.9%→70.4%)의 외화가득률이 5년 전보다 후퇴했다.
한은 관계자는 “어느 산업의 수출이 아무리 늘어나도 부품자급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지고 고용효과도 저하되는 만큼 성장잠재력을 키우려면 기초 소재ㆍ부품의 국산화에 국가적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