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거꾸로 가는 자영업지원 행정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번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기회복을 강력히 추진하되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 이 문제가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양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증세, 공공 부문 비용절감 등 나름대로의 해법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양극화 현상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보편적 현상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지원기관 지방설치 이해 안돼 양극화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바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실제 영업상황과 큰 관련 없이 부가가치세 등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지불하는 세금부담이 거의 없다. 따라서 적극적인 세원 노출을 기획해야 하는 한편 장기화된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겪고 있는 매출부진 현상에 어떤 식으로든 지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대책이 흐지부지했던 것도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정책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는 최초로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2005년 ‘자영업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일련의 준비과정을 보면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지난해 영세 자영업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고 추진했던 중소기업특위의 후속 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한창 논란이 됐던 세탁업 등에 도입을 추진했던 자격증 제도의 경우 이후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어 자영업자들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볼멘소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자영업 지원을 전담하는 조직마련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증폭시켜준다. 그동안 자영업자 지원에 가장 깊숙이 관여했던 중소기업청에서는 자영업자 지원조직을 중소기업청 내 ‘소상공인지원단’이라는 국(局) 단위의 조직으로 신설했으며 전문적인 지원사업을 실시할 민간기관으로 그동안 운영해오던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한 ‘소상공인진흥원’을 오는 3월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연 행정조직의 확대가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또 20명 내외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라한 민간조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중앙정부에 국 단위 조직을 만들어놓고 민간기구는 그 조직과 역할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조직만을 구상 중이라면 과연 참여정부의 올바로 가는 행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최근에는 민간기구인 소상공인진흥원의 설치 지역이 논란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사업자 단체, 컨설팅 협회 등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소상공인진흥원의 대전 지역 설치 문제를 고집하고 있는 중소기업청의 처사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법안개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측도 “소상공인진흥원의 서울 및 수도권 소재는 여당 내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진흥원은 수요자 중심의 공공 서비스인 만큼 당연히 서울 또는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며 ‘대전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 발상 경계해야 실제 전국 소상공인 270만명 중 47.6%(종업원 수 기준), 소상공인 및 업종별 사업자 단체 9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대전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진흥원을 만든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진흥원을 중기청 옆에 갔다놓고 좌지우지해 진흥원을 중기청의 시녀로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전문 인력이 태부족인 자영업자 지원사업이 그것도 신생조직을 만들면서 수도권을 벗어난다는 것은 우수인력 유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도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현장과 떨어져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영업자 지원을 행정 편의주의 같은 얄팍한 발상으로 진행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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