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진희의 ‘안단테 모데라토’] (5) 신년음악회, 왜하필 ‘빈’에서?

(사진=‘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식 홈페이지)

지휘봉으로 지구촌의 새해를 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올해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1일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무대에 오르자, 약속이나 한듯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울려 퍼진다. 그 뒤를 이어 전통적으로 빠른 폴카(Polka)와 갤럽(Gallop) 등의 춤곡이 연주되며 새해를 맞은 관객들의 흥은 점차 고조된다. 그렇지만 이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마지막에 연주되는 ‘라데츠키 행진곡’. 바렌보임은 단원들과 함께 객석을 향해 새해인사를 건내며 ‘라데츠키 행진곡’ 연주를 시작하고,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빈 필의 단원으로 초대된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닌 객석을 바라보며 지휘하는 원조 공연이 된 셈이다.


올해로 74회를 맞은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의 명성은 실로 대단하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그야말로 ‘지구의 신년 음악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극장(메가박스 코엑스점 등 전국 8개 지점)에서 최초로 실시간 라이브 상영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관련기사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해마다 무지크페라인 홀에서 고정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39년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열면서부터다. 1939년 12월 31일,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Heinrich Krauss 1893~1954)의 지휘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 특집으로 꾸며진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 오전음악회)’가 그 유래가 됐다. 놀랍게도 바로 1년 뒤인 1940년 12월 31일에도 요한 스트라우스 2세와 그의 동생 ‘요제프 스트라우스’의 작품들로 신년음악회는 이어졌다. 다음날인 1941년 1월 1일 역시 전날과 같은 프로그램이 빈 필에 의해 연주됐다. 그리하여 ‘요한 스트라우스’ 일가(一家)와 ‘빈 신년음악회’의 공식적인 관계가 성립됐고, 오늘날까지 ‘신년음악회’하면 자연스레 ‘빈’을 먼저 떠올리는 청중들이 생겨났다.

특이한 점은 빈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 필의 신년음악회 지휘자는 매년 전 세계 음악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로린 마젤, 카라얀, 주빈 메타, 바렌보임 등 내로라하는 당대 거장들이 이 무대에서 지휘봉을 휘둘렀다. 또 빈필 신년음악회의 입장권 판매를 1월 2일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년 전부터 음악회를 보기위해 미리 예약하는 것이다. 새해 첫 아침(오전 11시) 빈에서 신년음악회를 보려면 관객들도 그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추첨을 통해 관객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당첨되기도 하늘에 별따기일 뿐더러 티켓가격도 최고 100만원을 웃돈다. 그럼에도 온 정성을 다해 예매를 마친 후 신년을 맞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을 찾은 관객들은 경쾌한 서곡, 왈츠, 폴카, 행진곡 등을 들으며 새해의 당찬 희망과 포부를 다진다. 아쉽게 공연장을 찾지 못한 전세계 수많은 음악팬들도 벌써부터 연주실황 DVD와 CD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