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운영자금 구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터에 대출금의 만기상환까지 한꺼번에 몰려오니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이러다가는 입주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염색단지 전체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경기 포천 양문단지의 A사장) 포천 양문과 양주 검준 등 경기 북부지역의 염색단지 입주업체들이 최근 일시에 도래한 대출금 상환압박으로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제때 빚을 갚지 못해 이미 경매에 속속 넘어가고 있으며 무더기 대출상환금 미납이라는 최악의 사태마저 우려된다. 이들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지난 2003년 단지 입주 당시 받았던 각종 대출금의 만기상환이 연초부터 한꺼번에 도래하면서 입주업체 전체가 심각한 자금압박에 몰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섬유경기가 어려운 터에 최근 환율급등과 원부자재 가격상승까지 겹쳐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셈이다. 양문단지의 한 염색업체 사장은 “입주 당시 분양가가 3.3m²당 97만원으로 주변시세의 3배를 웃돌았지만 기존 공장이 폐쇄될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부분 업체들의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어 막대한 대출원금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문단지의 경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공장 자체가 경매에 넘어가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곳도 모두 7곳에 이를 정도다. 44개 업체가 가동되고 있는 양문단지는 2002년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포천시가 무허가 염색업체를 모아 조성한 산업단지로 입주 당시 3년 또는 5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모두 400억원이 지원됐다. 양문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양주 검준염색단지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검준단지 조합의 한 관계자는 “2005년 8월 처음으로 원금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업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입주업체의 부도사태가 이어졌고 현재도 한곳이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준단지는 특히 염색용 고온 스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로 가스를 사용해 하반기 가스 요금까지 오를 경우 급격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6월부터 반기마다 3,000만원씩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는 한 염료업체 사장은 “원사를 90% 수입하는데 현재 같은 환율이라면 가스 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 상반기면 입주업체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방법은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지만 당장 은행에서 상환이라도 동결시켜야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공은 이 같은 업체들의 어려움을 받아들여 올해 초 17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설자금에 한해 상환기간을 2년간 유예했다. 하지만 검준단지의 한 관계자는 “상환유예를 받지 못한 업체들은 담보여력도 없고 신용등급도 좋지 않아 일반적인 조건으로는 지원조차 쉽지 않다”며 “법정관리처럼 채권을 몇년간 동결시키고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주는 등의 특별조치가 없다면 입주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