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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헐지 말아야 할 3개의 저금통


은퇴 이후 노후 대비는 재미있게도 학생들의 시험 준비와 매우 비슷하다. 둘 다 뻔히 예정된 그날이 임박해서야 눈앞이 캄캄해지며 벼락치기로라도 뭔가 해보겠다고 몸부림친다. 개중에는 적잖은 부류가 아예 포기하는 모습까지, 둘은 판박이다.

은퇴 재무 준비는 돈을 어떻게 모을까 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불릴까 하는 문제로 오해한다. 마치 공부는 안 해놓고 시험 잘 치는 요령만 익히려는 수험생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공부 안 하는 것을 나무랄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한 친구가 출제 경향이나 핵심 내용을 잘 알듯이 돈을 부지런히 모아 본 사람이 돈 불리는 재테크에도 조금 앞선다. 그러니 되든 안되든 무조건 한 푼 두 푼 쌓아놓는 게 일단 최선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마음 먹은 대로 우직하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웬만한 가장들은 고령사회가 오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늙고 지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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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우리 스스로는 준비가 소홀해도 남이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그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월 소득의 17.33%를 평생 강제로 저축당하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손에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게다가 알뜰한 사람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에 해마다 100만~200만원이라도 넣는다. 보통의 봉급쟁이라면 이 정도를 저축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연금으로 순수하게 불입된 돈은 36조원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총 저축률이 대략 국내총생산(GDP)의 4.7%, 금액으로 59조원이다. 복잡한 산출식은 생략하고 한마디로 지난 한 해 우리 가계에서 저축한 돈의 약 절반이 이 세 가지 연금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것이 은퇴의 그날에 가서는 중요한 밑천이 된다. 따라서 결론은 간단하다. 절대 이 저금통 세 개는 헐지 말아야 한다.

쪼들리는 생활을 하다 보면 당장의 목돈에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노후를 위해 참아야 한다. 젊어서는 몇 끼 굶어도 살지만 늙어서는 곡기가 끊기면 끝이다. 저축을 더 하지는 못할망정 잘 있는 것까지 깨서는 곤란하다. 이를 없는 셈치고 오히려 부족하다 싶은 금액을 추가로 더 쌓아야 한다. 이런 자제력과 지구력을 갖춘 다음에야 드디어 재테크를 논할, 공부로 치면 시험 잘 보는 요령을 논할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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