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책 읽기


동서고금에는 책 읽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등화가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내가 책에서 읽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본다.


첫째는 지난 1980년대 초 일본 철강노조연맹 회장과 금속노동협의회 의장을 지낸 미야다 요시지(宮田義二)가 마쓰시타정경숙('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일본 미래지도자 양성 목적으로 설립한 사설 교육기관)에서 강연한 것으로 '마쓰시타정경숙 명강의 총수록'에 수록돼 있다. 공업전문학교(工專)를 중퇴한 요시지는 잠자기 전 1시간씩 책 읽는 습관을 30년 이상 지속한 덕분에 누구와도 대화가 통하는 소양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그는 독서로 얻은 소양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경제계에 폭넓은 지지자와 경제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많은 지지자와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 노조의 공동임금협상을 위한 춘계투쟁에서 15년 동안이나 임금 수준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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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수록된 내용이다. 정약용은 아들에게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수백 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이 되고 그렇게 읽어야 읽은 책의 의리(義理)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게 되니 이 점을 명심하라"고 구체적인 독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는 1935년부터 1976년까지 41년간 중국의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의 독서에 대해 기록한 '마오의 독서생활'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오쩌둥의 독서는 사회과학에서 자연과학·철학·경제학·정치·군사·문학·역사·지리·기술과학 등 매우 광범위했다고 한다. 또 종교 문제를 중요시해 종교철학과 금강경·화엄경·육조단경 등 불경과 성경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지방을 방문할 때는 그 지방 인물의 문집과 시집을 구해 읽었고 전람회나 연극을 볼 때도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다. 그는 업무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을 독서로 보냈으며 나이가 들수록 독서욕이 강렬해졌다고 한다. 심지어 임종하는 날에도 7분 동안 책을 읽었다. 마오쩌둥은 책을 읽을 때 "책을 맹신해서는 안 되며 대담하게 회의하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마오쩌둥 자신도 책을 읽을 때는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고 점을 찍고 의문부호를 표시하고 책의 여백에 자신의 의견을 다는 등 책을 매우 공들여 읽었다고 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새 책을 사서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다. 그렇게 하면 책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나중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쉽게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책을 한 번 더 읽을 때도 핵심내용 파악이 쉬워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책을 읽고 낙엽을 밟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삶이 조금은 여유롭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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