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LG화학에 이어 미국 GM의 전기차인 시보레 '볼트'용 2차전지 납품업체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 최초 본격 양산형 전기차의 '심장'을 한국 업체가 나란히 공급하게 됨을 의미한다. 한일 간 경쟁이 치열한 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주도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GM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0 북미 국제오토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SDI가 볼트의 리튬이온 배터리 납품업체로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재 GM 시보레 볼트의 배터리는 LG화학이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17일 "GM과 공동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종 채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의 경우 핵심부품 납품업체를 2~3개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GM 관계자가 추가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의 합작회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하이브리드자동차(EV) 및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독일 BMW로부터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GM의 한 관계자는 이어 "삼성SDI는 강력한 후보이며 현재 최종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M이 볼트의 추가적인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을 앞둔 가운데 삼성SDI가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밥 루츠 GM 부회장은 "주요 부품의 경우 복수의 공급업체를 둔다는 게 GM의 원칙"이라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추가 납품업체 선정작업을 서두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GM 측은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더라도 기존 업체인 LG화학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볼트가 양산 단계에 진입해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경우에 대비해 기술력이 높은 삼성SDI를 공급업체로 추가 선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차전지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GM의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될 경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주 시장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이자 미국 메이커 제품에 대한 공급은 곧 미주 시장에 대한 기반 구축을 뜻한다. 현재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하이브리드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일본 업체들이 만든 니켈수소 방식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이와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에 집중해 미래 시장을 대비해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고용량ㆍ고출력의 특성을 지녀 앞으로 수십년 내 그린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SK에너지도 지난해 다임러그룹 산하 상용차 메이커인 미쓰비시-푸소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