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5월 17일] 천안함 이후 한국의 과제는…

이제 그들은 가고 우리는 남았다. 남은 우리들이 무엇을 해야 꽃샘추위가 거셌던 지난 3월 꽃잎처럼 떨어진 그들의 속절없음과 원통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국가의 안보관을 확고히 해야 한다. 북한이 주적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결단코 좌우대립의 장난감이 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천안함의 비극을 이념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젊음을 바친 의로운 주검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기들만을 위한 안보관과 대북관으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침몰의 군사적 원인을 밝힌 후 그동안 좌우로 갈린 대북정책이 천안함과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수ㆍ우익진영은 과거 10년간의 햇볕정책이 남한국민들의 대북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남한군대의 임전태세를 이완시켜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퍼주기식 경제지원은 북한체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는커녕 억압적이고 패쇄적인 김정일체제의 연명을 도와줬을 뿐이고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개발에 악용됐다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천안함 피격을 북한의 소행으로 예단하면서 이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성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보고 대북 강경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려고 한다. 진보ㆍ좌익진영은 과거 10년간의 햇볕정책하에서 유지돼오던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명박정부의 대북강경정책 때문에 중단됐고 오히려 긴장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본다. 그들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기습공격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예단하지 않으며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아마도 현 정권의 대북강경책에 그 책임을 돌리려고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북한이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해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으며 핵무기의 개발은 대미협상용이고 체제유지용일 뿐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경제실상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려 있다. 중국의 생명줄 없이는 하루도 지탱해나갈 수 없는 붕괴직전이라고 보는 견해와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개혁조치가 진행돼왔고 주민생활도 파탄상태는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필자가 만나는 중국의 한반도전문가와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하고 지난 10여년간 매년 북한을 방문해온 미 국무부의 전직 공무원도 북한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하니 필자와 같은 문외한들은 정말 헷갈린다. 그저 금강산과 개성을 다녀오면서 주변 마을의 황량하고 궁기가 배어 있는 모습이라든가, 자그마한 체구의 엄동설한에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1950년대 필자가 어릴 적의 한국과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여야의 구분과 이념의 울타리를 깨고 국가안보와 국민생명보호를 위해 대북정책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소통해야 한다. 대북정책이 세종시와 4대강과는 차원이 다른 절체절명의 과제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좌우 간의 정권교체가 있을 때마다 대북정책이 왔다 갔다 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모골이 송연해진다. 다음으로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천안함의 수병들은 군대에 가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개인적인 이익을 희생했다.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가 하고 물으면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노블레스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가 공고해야 그 사회가 건전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공고히 하느냐는 것이다. 지도층이 말로만 외치고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불신과 냉소만 쌓인다. 만약 천안함에 탑승했던 장병들 가운데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를 둔 자녀가 있었다면 우리사회의 일체감은 강해지고 군인들의 사기는 올라갔을 것이다. 지금처럼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수십 가지의 이유를 그대로 둔 채 아무리 천암함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어봐야 진정한 국민통합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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