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에서 2년째 예림 경기식물원 조성공사를 하고 있다. 2004년 개원 예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식물원은 1차로 5만 평의 부지에 국내의 많은 자생초화류와 수생식물들을 심고 재배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단위로 공개하게 될 자연생태공원이다.
내가 식물원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 년 전부터이다.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도감을 펴내면서 갈수록 사라지는 자생식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진 외국에서 식물자원의 유전자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무차별 수집해 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누구든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애국적 의분도 느꼈다. 특히 서울의 많은 어린이들이 쌀이 쌀나무에서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보고는 큰 충격이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자연공부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소중한 우리의 자생식물을 한곳에 모아 재배하면서 누구나 관찰할 수 있는 자연생태학 식물원을 구상했고 알맞은 장소를 물색해 왔다. 교육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농촌이나 산간지역보다 대도시 주변의 교통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자연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을 찾았다. 몇몇 식물학자들과 여러 곳을 답사하면서 입지적인 조건을 검토한 결과 서울에서 가깝고 교통도 불편하지 않은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곳은 계곡과 물과 습지가 있고 뒤로 병풍처럼 산자락이 둘러 있는 막다른 곳이어서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다양한 수목과 야생 초화류가 풍부하다. 또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인터체인지에서 3번 국도로 나와 양평으로 가는 길 중간 12㎞쯤 되는 지점에 입지하고 있어서 교통도 매우 편리하다.
나는 이곳에 가급적 사람의 손이 덜 가는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식물원의 전체적인 공간 구성은 보전지역, 완충지역, 시설지역으로 구분된다. 보전지역은 자연상태 그대로의 식물보전지역으로 이곳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자연학습원이다.
이곳은 음지식물과 양지식물,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기존 자생식물 500여 종 외에 2002년에 88종, 17만 주를 이앙했고 올해는 수생식물을 포함한 120종, 20만 주를 이앙했다. 이곳은 야생 초화류와 곤충류 등 자생 동식물의 유전자원을 보존, 제공하는 유전자 풀 역할도 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연구활동도 하게 된다.
완충지역은 인공 조림지역과 관리지역, 일반습지, 생태 복원 실험지역, 초화류 집중 식생지 등으로 조성되는데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며 관찰하는 통합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조성하고 있다. 시설지역에는 관리실과 연구실, 다양한 편의시설이 만들어진다. 물과 꽃과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유쾌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생태 연구 및 모니터링을 통해 수생식물과 어류 및 조류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진다.
또 자연생태와 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의 전시 및 이용객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관리실, 자연을 주제로 하는 영상자료전시 및 가상체험시설을 갖춘 자연과학관, 남부지방의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하는 유리온실도 만들어진다. 이외에도 농촌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회원제 주말농장도 조성할 예정이며 전통적인 농기구와 민속공예품을 전시하는 민속박물관, 아동문화전시실, 청소년수련원 등도 연차적으로 세우려고 한다.
나는 이곳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어서 우리나라 고유의 수많은 야생 초화류를 보고 느끼고 만지는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더불어 인성개발과 정서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