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4일] 비상경영에 나설 정도로 어려운 경제상황

경제가 갈수록 침체의 구렁에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어 걱정이다.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반면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크게 감소했다. 여기다 경영환경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더 가라앉을 것을 예고하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신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9% 올라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ㆍ4분기 GNI는 전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5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가 급등이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다 소득까지 감소하니 소비여력은 더 줄어들 게 뻔하다. 내수가 더 오그라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고유가는 기업들을 내핍경영으로 내몰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조업단축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무급휴직제를 도입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감소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비절감ㆍ인력감축 등 비상경영은 투자와 고용사정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내수는 더 위축되고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물가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층이다. 물가상승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부추긴다. 양극화 심화와 노사관계를 꼬이게 만들어 쇠고기 문제로 야기된 사회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가의 하락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원자재 값 상승의 시차효과를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물가 오름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는 정부의 정책오류 탓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환율주권론을 내세워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것이었지만 물가에 미치는 부작용은 컸다. 환율의 완충효과가 사라짐으로써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환율정책 재검토를 비롯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가가 불안하면 아무런 경기대책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금리인하가 필요한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이를 잘 말해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