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기업 분위기 나라마다 "제각각"

'기업에도 나라별 특색이 있다'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투자 기업들은 1만여 개. 오는 12월에는 처음으로 '외국기업의 날'을 열 정도로 국내 경제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높아졌다. 특히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외국 기업들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외국 기업=미국 기업'일 정도로 전체 외국 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지난 몇 년 간 유럽과 일본계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지금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외국기업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색깔은 그 기업이 뿌리를 둔 국적별로 개성을 드러낸다. 또 같은 유럽계 기업이라도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나라별로 독특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 바쁘다 바빠, 독일 기업 아디다스코리아 본사에 들어서면 운동화를 신고 잰 걸음으로 부서 사이를 옮겨 다니거나, 심지어 뛰어다니는 직원들 모습에 놀라게 된다. 축구 선수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 처음에는 스포츠 전문기업이라는 특성상 직원들이 유난히 '액티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독일계 기업을 방문해도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베텔스만코리아는 서적을 취급하는 회사 이미지 때문에 차분하고 조용한 도서관 같은 사무실 분위기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도 직원들이 바쁘게 뛰어 다니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의 박종덕 마케팅 팀장은 "외국 기업은 편할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며 "업무량이 많아 오히려 시간당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무 부과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 독일계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빨리빨리'라고 해서 업무를 대충 끝낸다고 상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일을 진행할 때 원리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성격 급한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때도 있다. 한국 바스프의 조병렬 부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을 1년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할 정도로 철저한 편"이라며 "철저한 준비작업이 실수를 줄여 결과적으로 일을 더 빨리 마무리 짓게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 깨알 같은 보고, 일본기업 일본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한국 기업들의 조직구조와 비슷한 측면을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회사 대표나 임원진들을 현지인으로 교체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이 점에서 만큼은 보수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인의 오래된 반일 감정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뒤 소비자들에게 친밀감을 주기 위한 토착화 활동을 활발하게 펴지만 주요 임원진만큼은 대부분 일본인이다. 가전업체인 JVC코리아, 자동기기업체인 야마타케코리아의 경우 사장은 모두 일본에서 파견된 임원진들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후지제록스의 경우도 일본인 회장을 비롯해 일본 본사로부터 파견된 일본인 임원진, 또는 교포 출신의 임원이 포진하고 있다. 오랜 한국 탐사를 거쳐 지난 2000년 한국에 진출한 토요타자동차도 회장은 한국인, 사장은 일본인이라는 투톱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계 기업인들은 철저한 상하관계로 이루어지는 일본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이 같은 특성의 원인을 찾는다. 일본계 기업들은 업무를 진행할 때 실무진이 상급자에게 계속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편. 현지 법인들도 마찬가지로 일본 본사측에 지속적으로 업무 보고를 하기 때문에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본사 인맥이 풍부한 일본 임원을 지사에도 반드시 파견한다는 설명이다. 한 일본계 기업인은 본사와 밀착돼 있는 임원진들 때문에 일본 임원들과 한국 직원들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낄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 친근과 삭막, 미국기업 미국계 연장보험회사인 에이온워런티코리아의 직원들은 사장의 직함보다는 이름을 더 자주 부른다. 짐 카터 사장이 직원들에게 '짐'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줄 것을 요청하기 때문. 애질런트코리아의 경우도 직원들의 생일에 사장이 직접 이메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고 직원들과 함께 간식을 먹는 등 격의 없이 지낸다. 하지만 친근함이 미국계 기업의 전부는 아니다. 실무진에게 의사 결정의 재량권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고 업무도 철저하게 나눠져 있어 직원들간에 교류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미국계 기업 직원은 같은 사무실에서도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퇴근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본사, 또는 다른 해외 지사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이 메일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직원들이 자유롭고 격의없이 지내지만 끈끈한 정은 별로 못 느낀다는 것이 미국계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개인과 달리 기업들 간에는 끈끈한 유대력을 자랑하는 것이 미국계 기업들. 한국 진출의 역사가 길고 진출 기업도 많아 미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강력한 우의를 맺고 있다. 공통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미국계 기업들이 힘을 합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파워를 보이는 것은 유명하다. ◇ 개인이 최고, 프랑스ㆍ스웨덴계 프랑스나 스웨덴계 기업은 의사 결정의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사안을 처리하면서 미국이나 독일계 기업들이 상사가 결정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프랑스나 스웨덴계 기업들은 관련 직원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물어보며 결정해나가기 때문이다. 볼보트럭코리아의 한영철 사장은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기업에도 뿌리내리고 있다"며 "직원 복지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최원정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