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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턴 회장 "한강서 보트레이싱, 밤엔 패션쇼 여는건 어떤가"
양 회장 "외국인 위한 포장말고 한국 국민 정신 홍보가 중요"
박 시장 "드라마·영화 만들기 원하는 외국 감독 있으면 초대"
"한강 위에서 밤에 패션쇼를 개최하거나 미국의 하버드대나 영국의 옥스퍼드 등 글로벌 대학들을 초청해 보트레이싱을 치르면 한강을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도미니크 바턴)
"관광은 한국을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지 마지막 종착지는 아니기 때문에 한국 자체를 포장하고 홍보하는 게 외국인들을 위한 것만이 돼서는 안 됩니다. 한국 국민의 정신을 중요하게 홍보해야 합니다."(마조리 양)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앤컴퍼니 글로벌 회장과 마조리 양 에스?그룹 회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이 마련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의장과 부의장을 각각 맡고 있는 바턴 회장과 양 회장은 25일부터 열리는 SIBAC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박 시장은 "관광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한 관광객의 재방한과 관광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두 회장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담 중간중간에 서울의 패션 활성화 정책을 소개하며 양 회장에게 즉석에서 투자유치를 제안하는 등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대담은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家) 산정채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두 분의 끊임없는 관심 덕분에 SIBAC이 서울시정의 최고 경제자문회의로서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서울에 도착해서 느낀 첫인상은 무엇이었나.
▦마조리 양 회장=호텔에 묵는 동안 하루 내내 전자기기와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역사적 유적지는 물론 길가의 작은 상점들과 카페도 흥미롭다. 한국에서 꼭 해야 할 것을 적은 리스트를 만들어 갖고 있는데 한국에 있으면서 계속 그 리스트의 항목이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든다. 이것이 서울이 가진 매력적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고맙다. 한국은 성장률에 비례해 고용효과가 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관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취임 이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도미니크 바턴 회장=(관광산업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공헌도가 60%로 고용 창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아시아 도시, 특히 중국의 경우 관광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것보다 더 낮다. 다시 말해 한국의 관광산업이 더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 관광객의 55%가 중국인 또는 일본인이다. 관광객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면 더 많은 잠재력이 있을 듯하다. 특히 서양국가권 관광객의 수를 올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전통적인 유적지도 매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현대적인 부분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반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 회장=동의한다. 인사동처럼 전통물품을 파는 곳이 가까이 있는가 하면 동대문시장같이 젊은 사람이 가는 매우 흥미롭고 그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 함께 있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다.
▦박 시장=서울은 도심에 북한산과 한강이 함께 있고 과거 백제와 조선의 수도로 1,000년을 지내왔기 때문에 역사적인 곳이 많다. 또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 한류가 생겼고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의 강점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바턴 회장=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에 영향을 끼쳤듯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국의 역사나 자연경관 등을 영화로 찍는다면 홍보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단 언어는 영어로 해야 된다. (웃음)
▦박 시장=드라마나 영화를 서울에서 만들기를 원하는 감독이 있다면 기꺼이 초대할 것이다. 서울시는 영화를 만드는 데 적극 도움을 주고 싶다. (양 회장에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내년 3월 오픈 예정이고 현재 매년 봄가을 패션위크도 진행 중이다. 패션 강국인 홍콩과 비교해 패션산업을 활성화할 아이디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양 회장이 지점을 낼 의사가 있다면 흔쾌히 자리를 마련해주겠다.
▦양 회장=매우 좋은 생각이다. 내일이라도 딸을 보내 좋은 위치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딸이 젊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좋아할 것이다.
▦박 시장=따님이 서울에 머물면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양 회장께서도 한국에 자주 오셔야 된다. (웃음)
▦양 회장=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단 한가지 조언하자면 패션 중심지보다는 디자인 중심으로 비전을 넓힐 것을 추천한다. 서울의 현대나 고전 아트갤러리들을 보면 디자인에 무척 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패션센터는 일본이 이미 했다. 앞으로의 트렌드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자제품 개발에 있어 매우 강점을 갖고 있다. 전자제품산업은 매우 크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패션과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다.
▦박 시장=서울은 도쿄와 베이징 사이에 위치해 위치적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차별화된 강점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퓨전이나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것은 한국은 관광산업에 있어 GDP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적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없겠나.
▦바턴 회장=세 가지를 들고 싶다. 우선 좀 더 많은 서구 관광객을 오도록 유인하는 게 필요하다. 역사와 첨단이 공존하는 것을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등 전자기기 업계의 1위이면서 5,000년 역사를 가진 서울을 마케팅하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뿐만 아닌 서양 국가를 위한 마케팅활동이 필요하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이미 잘하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인프라 구축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 공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홍콩에서는 공항에서 도심까지 기차로 45분이면 충분하고 싱가포르는 이 시간이 20분에 불과하다.
▦양 회장=아시아 국가에서 왔기 때문에 바턴 회장님이 말하신 부분을 잘 몰랐다. 중국에서는 TV를 켰을 때 한국 드라마와 한국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특히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러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바턴 회장=정보기술(IT)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표지판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이용해 서울의 명소를 찾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한국이 우위에 있는 IT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양 회장=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영화가 많다. 중국 조인트벤처가 직접 한국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 내 친구인 쿵푸 배우 또한 '어쎄신'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주연배우를 한국인으로 캐스팅했다.
▦박 시장=기술과 역사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과 중국 간의 파트너십 영화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해야겠다.
▦양 회장=이미 하고 있을 것 같다. 나아가 한국과 미국의 파트너십에 대한 영화를 찍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박 시장=시간이 다돼가는데 서울의 젖줄이고 '어머니의 강'으로도 불리는 한강을 활용할 창의적인 방법은 없겠나. 최근에 헬리콥터로 한강 조망을 관광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바턴 회장=한강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행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는 한강과 고속도로(강변북로ㆍ올림픽대로)가 너무 인접해 있다. 비용이 좀 들지는 모르겠지만 한강과 고속도로를 분리시켜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한강을 오고 또 한강을 따라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강 위에서 밤에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은 어떤가. 한강 자체가 무대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강에서 옥스퍼드나 캠프리지대, 하버드대 보트레이싱팀들을 초청해 대회를 치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 시장=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두 분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보겠다. 관광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한 관광객의 다시 한국을 찾고 관광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시 한번 조언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 He is /도미니크 바튼(Dominic Barton)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컴퍼니의 도미니크 바턴 회장은 지난 2000~2004년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를 지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캐나다 국적인 그는 현재 맥킨지 글로벌 회장으로 전세계 103개 지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맥킨지는 1987년 국내에 처음 진출해 현재 100여명의 컨설턴트와 48대 그룹 및 핵심관계사 50%를 고객사로 확보해놓고 있다. 서울시도 3월부터 맥킨지로부터 시정 주요 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바턴 회장은 2012년부터 SIBAC 회장을 맡아 오고 있다.
● She is / 마조리 양 (Marjorie Yang)
마조리 양 에스?그룹 회장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멤버이다. 지난 2009년 포춘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중 39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맹렬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도미니크 바턴 SIBAC 의장의 추천으로 지난 2012년 4월 SIBAC의 최초 여성위원이자 부의장에 위촉됐다. 홍콩에 본사를 둔 에스?그룹은 섬유ㆍ의류 제조업체로 고급 면셔츠가 주력 제품이다. 주요 고객으로는 토미힐피거ㆍ휴고보스ㆍ애버크롬비&피치ㆍ나이키ㆍ라코스테ㆍLG패션ㆍ나우티카ㆍ폴로랄프로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