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인식돼온기생충의 인체 감염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팀은 지난 7~10월 한국건강관리협회 각 지부를 통해 전국 4천137명(남 2천170명, 여 1천967명)의 대변을 수집, 검사한 결과기생충 감염률이 8.1%(335명)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국내에서 정부 차원의 전국적 기생충 조사가 이뤄진 것은 지난 97년이 마지막으로 당시 감염률은 2.4%로 집계됐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체 감염 기생충의 유형별로는 `간디스토마'(간흡충)가 25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장디스토마의 하나인`메타고니우스'(14명), 역시 장디스토마의 일종인 `표주박이형디스토마'(5명) 등도적지 않았다.
특히 자연산 굴을 매개체로 하는 세계적 희귀 기생충인 `참굴큰입디스토마'는그동안 전라도 내 특정 지역 주민에게서만 검출됐으나 이번 조사결과 다른 지역 주민(4명)에서도 이 기생충 서식이 확인됐다.
이밖에 편충(10명), 이질과 관련 있는 대장아메바(9명), 폐디스토마(1명), 구충(1명) 등에 감염된 사람도 확인됐다.
참게와 가재 등이 중간 숙주인 폐디스토마의 경우 환경오염으로 한동안 없어졌다가 최근 생태계가 복원돼 일부 지역에서 다시 식용으로 유통되면서 감염자가 생긴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채 교수는 "대변검사에서 폐디스토마가 발견될 정도면 실제 폐디스토마 감염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기생충 감염률은 ▲경남(15.3%) ▲광주ㆍ전남(13.9%) ▲부산(12.3%) ▲대전ㆍ충남(8.1%) ▲충북(8.0%) ▲인천(7.0%) ▲대구(6.8%) ▲경기(5.0%) ▲전북(4.
4%) ▲강원(3.5%) ▲서울(2.6%) ▲제주(2.0%) 등의 순으로 높았고, 성별 감염률은남자(10.4%)가 여자(4.8%)의 두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28~29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채 교수는 "조사결과 90년대 후반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기생충의감염률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물론 기생충의 양상도 90년대 이전의 회충 일변도에서최근에는 흡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은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 감염되면 만성설사나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는데 그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면서 "반드시 익혀 먹는 습관을 들이고 만약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를받은 뒤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