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문순 강원도지사

"알펜시아 리조트 하루 빨리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맞아"



"2018 평창 흑자 올림픽이 목표
솔트레이크시티 등 벤치마킹위해 현지에 조사팀 파견
남북 분산개최는 현실적 제약 있어 신중하게 접근"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권 하나만 구입해주시겠습니까. 커미션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최문순(사진) 강원도지사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강원도 평창이 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후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 그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흑자 올림픽을 치르고 낙후된 강원도의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였을까. 최 지사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꺼낸 말이 다름 아닌 알펜시아 리조트의 '고급 빌라' 분양 문제였다. 강원도개발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2004년 착공 이후 투입된 돈만 1조6,836억원으로 하루 이자가 1억원 이상 나간다. 당장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만도 1,350억원이다. 올림픽 개최지 발표 이후 분양권 판매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여전히 강원도의 재정을 짓누른다. 최 지사에게 알펜시아 매각 문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흑자구조로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 관문이 될 수밖에 없다. 최 지사는 이미 여러 차례 알펜시아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알펜시아를 소유하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는 민간 매각에 소극적인 상황이어서 미묘한 입장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 지사는 강원도민의 피해를 최소화기 위해서라도 알펜시아의 매각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알펜시아의 해법을 놓고 도와 공사가 충돌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아직 양측 간에 조율이 안 된 상황입니다. 다만 우리의 기본 생각은 도에서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고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가능한 한 빨리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공사 측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문제는 시간을 갖고 순차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할 것이냐 여부인데 하루에 1억원 넘는 이자가 강원도민의 주머니에서 나가고 있어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처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지사는 흑자 올림픽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지난 1998년 일본 나가노대회와 2010년 밴쿠버대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적자 동계올림픽의 대표 사례다. 나가노는 조직위원회에서 약 3,000억원 흑자가 났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밴쿠버 역시 준비과정에서부터 예산부족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원을 받다가 결국 1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이 났다. 최 지사는 "겉모양만 화려한 올림픽은 하지 않고 최대한 흑자 올림픽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의 LA올림픽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등 과거에 흑자 올림픽을 치른 도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말했다. "LA올림픽 때는 선수단 숙소를 따로 짓지 않았어요. 대회기간에 대학의 방학기간을 조정해 대학 기숙사를 선수단 숙소로 활용한 것이지요. 대단위로 새롭게 건설하기보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한 겁니다. 솔트레이크시티 역시 대부분의 경기장을 가건물 형태로 지었다가 대회 후 헐었습니다. 큰 경기장을 지어놓고 대회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막대한 유지비만 나가는 것을 방지한 거지요." 최 지사는 흑자와 적자 올림픽 사례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현지에 조사팀을 파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남북 분산개최에 대해 "북한과 같이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IOC와의 계약 문제 등 여러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각국 선수단 숙소를 경기장에서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 마련하겠다고 IOC와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분산 개최할 경우 이를 어길 수밖에 없지요. 또 애초에 IOC와 계약할 때 공동개최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물론 북한과 함께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같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된다 안 된다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지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라 유치위는 이르면 다음달 중 청산되고 조직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된다. IOC 규정에 따르면 조직위는 유치결정 이후 5개월 내에 설립하면 된다. 평창유치위는 IOC 측에 3개월 내에 조직위를 꾸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직위는 올림픽 개최 때까지 조직운영, 재원조달, 종합계획 수립, 경기시설과 부대시설 설치 관리 등 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총괄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벌써부터 조직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놓고 물망에 오른 인사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 지사는 "조직위는 기본적으로 IOC에서 위임을 받은 개최도시와 KOC가 협의해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며 "강원도민에게 득이 되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원도가 단독으로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배타적으로 할지는 정치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공동위원장 직 등 다양한 조직방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화의 주제를 동계올림픽에서 도정 운영으로 옮겨봤다. 강원도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재정자립도가 최하위 수준이다. 무엇보다 강원도 하면 낙후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최 지사에게 개선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도지사선거에 나서면서 공약으로 크게 세 가지를 내세웠어요. 첫째가 동계올림픽 유치, 둘째는 남북경제 특수, 셋째는 복지가 견인하는 성장입니다. 남북경제 특수는 강릉 옥계에 제2의 개성공단을 짓겠다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남쪽에 제철소를 짓고 북한 쪽에 묻혀 있는 7,000조원에 달하는 고품질 광물을 갖고 와서 제련한 다음 수출하는 것이지요.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생각입니다. 또 올림픽을 치르고 기업들이 옮겨와 경제가 살아나도 농촌이나 어촌에 있는 도민들의 삶은 당장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세밀한 복지정책을 펴나가 소외되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난 1년간 강원도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고교 평준화 문제를 꺼냈다. 강원도는 현재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이 지역의 3대 명문고 중 하나인 춘천고를 졸업한 그에게 고교 평준화를 찬성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교 평준화 문제는 도의회에서 의원들 간에 첨예하게 찬반 의견이 나뉘어 있는 상황입니다. 도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입니다. 저는 춘천고를 졸업했지만 개인적으로 평준화를 지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문들이 도의회 기자실을 찾아와 항의 기자회견도 열고 하지만 말입니다. 실증적 통계를 봐도 예전에 강원 지역이 평준화 시기였을 때 서울대 입학률이 비평준화 시기 때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소위 명문고라 불리는 일부 학교로 범위를 좁혀서 보면 줄었을 수도 있겠지만 강원도 전체로 보면 서울대 입학률은 평준화 때가 오히려 좋아요." 마지막으로 2014학년도부터 등록금을 받지 않고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밝혀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켰던 강원도립대에 대해 묻자 최 지사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도지사 취임 이후 업무보고를 받던 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고 타당성 검토 결과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등록금의 30%, 2013학년도에는 60%, 2014학년도에는 100% 등 단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재정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 지사는 "최근 반값 등록금 논란이 정치권에서 불거지기 전부터 추진했던 사안인데 정치지형과 얽히는 바람에 커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평화공단 조성 경제 되살린다
■최지사가 이끌 강원 도정
금강산관광 재개도 숙제
2018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강원도는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지만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올림픽 특수라는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되면 자칫 침체돼 있는 강원 지역 경제의 어두운 현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지사는 지난 4ㆍ27 재보궐선거에서 '소득 2배, 행복 2배 강원실현'이라는 공약 슬로건을 내놓았다. 공약 실현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동계올림픽,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설정 ▦남북화해와 평화 ▦교육재정 확대, 사각지대 복지 인프라 확충,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제시했다. 최 지사는 "동계올림픽은 공약을 지킨 셈이 됐으니 앞으로 나머지 공약을 실천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침체된 강원 지역의 경제를 되살리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강원도 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동해안 평화의 공단' 조성이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예정지인 옥계지구 내에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지하자원·노동력을 합친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 지사는 포스코의 첨단 희소금속 소재 제련 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ㆍ노동력이 결합된다면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현재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가 언제 풀릴까 하는 점이다. 최 지사는 "오는 2014년까지 옥계면 일대 15만평 부지에 651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평화의 공단을 조성하고 남북합작 첨단 희소금속 제련 및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분리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전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도 숙제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3년이 흐른 지금 강원도 고성 지역경제는 폐허 상태다. 도는 2008년 이후 관광객 감소로 고성 지역의 누적된 경제적 손실이 986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실직자와 결손가정 증가, 지방세 체납 증가, 인구감소 등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도는 문제해결을 위해 5월 정부 측에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와 고성지역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최 지사는 "강원 지역의 경우 남북이 그동안 연어치어방류 사업, 솔잎흑파리 공동방제 사업 등 모범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정부의 5ㆍ24조치 이후 남북교류 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돼 지자체로서 어떤 대안도 내놓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는 이제 정치적 사안과 달리 경제적으로 풀어야 할 때"라며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기의 순간엔 모든 걸 던질 줄 아는 승부사'
■인간 최문순은 즐기는 운동은 마라톤 정치와 공통점 많아
기본 철학은 인간의 존엄
"저는 승부를 할 때라고 판단하면 모든 걸 다 던집니다." 인간 최문순은 탁월한 승부사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면 모든 것을 걸고 벼랑 끝의 승부를 즐긴다. 지난 2005년 MBC 사장 선거에 나설 때 사표를 던졌다. 부장직을 포기하고 선거에만 전념했다. 주변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만류했지만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승부에서 이기려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어야 했다. 그는 결국 MBC 역사상 최초로 부장에서 곧바로 사장이 된 인물이 됐다. 4ㆍ27 재보궐선거에서도 승부사 기질은 변함없었다. 강원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던졌다. 상대 후보는 대통령의 인지도에 버금가는 같은 언론사 출신 선배였다. 모두가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상대 후보에게 밀려 10% 이상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4ㆍ27 재보선에서 최대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이 됐다. 이에 대해 최 지사는 "배수의 진을 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걸면 더 이상 잃을게 없지요. 배수의 진을 치고 승부에 나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말과 행동부터 다르지요. " '절박함'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그가 즐기는 운동은 마라톤이다. "요즘에는 무릎이 좋지 않아 자주 뛰지 못하지만 말이지요. 하프코스를 수 차례 뛰었습니다." 마라톤과 정치를 비교해달라는 부탁에 "둘의 공통점이 매우 많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마라톤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마라톤을 조금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겨 오버페이스하기 십상이지요. 나중에 반드시 지칩니다. 정치도 똑같은 것 같아요. 정치인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국민들이 인정하는 이상으로 발언하거나 그 자리를 탐하면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습니다." MBC 사건기자ㆍ노조위원장ㆍ사장, 국회의원, 그리고 현재의 강원도지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거친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은 어느 때일까. 그는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대신 "노조위원장과 국회의원이 비슷하고 사장과 도지사가 비슷한 것 같다"며 "후자 쪽이 사람을 키울 수 있고 여러 사업을 차근차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간 최문순에게 가장 소중한 그만의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자 "인간의 존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치나 경제ㆍ사업ㆍ문화 등 모두가 결국은 사람이 중심이 돼 하는 일이지요. 제 경험상 사람을 귀하게 대하고 키우면 결국 그 사람들이 다 일을 해내더라고요. 사람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저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자 신념입니다." 약력 ▦1956년 강원 춘천 ▦춘천중-춘천고-강원대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석사 ▦MBC 보도국 기동취재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 ▦MBC 대표이사 사장 ▦제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부대표 ▦제13대 한국방송협회 회장 ▦36대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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