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 회장 집유] 삼성 임직원 반응
"그나마 다행"… 논평은 자제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건희 전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삼성그룹은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룹의 어느 누구도 공식 논평을 하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조심스러운 자세였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이미 삼성의 경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그룹이 가타부타 언급을 하는 것이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이 이처럼 이 전 회장의 판결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는 것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해 이번에 재판을 받은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현직에서 떠난데다 형량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는 것이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판결에 대한 입장은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인 이완수 변호사로 일원화하고 그룹 차원에서 형량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 변호사는 이날 판결과 관련해 "겸허히 받아 들인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이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들이 법적 책임 외에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평을 자제한 채 변호인을 통해서만 입장을 에둘러 전한 삼성의 태도는 이번 판결이 삼성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나온데다 앞으로 재판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실제로 판결 이후 삼성은 이 전 회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례 5년을 선고 받음으로써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데 대해 안도했다. 삼성 전략기획실 출신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무죄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동안 법원 등 일각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제기돼 걱정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판결에 대한 단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모습도 적지 않다. 어찌 됐든 이 전 회장 등의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그룹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선고로 재판이 마무리돼 더 이상 대외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특검의 항소 여부와 시민단체의 반응 등 여러 가지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이 퇴진한 상태지만 재판이 지속되거나 논란이 계속되면 삼성의 글로벌기업 이미지에 훼손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 전 회장이 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고는 하지만 대주주 자격으로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행동 반경도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이 전 회장이 다가오는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삼성 관계자는 "힘들지 않겠느냐"면서도 "판결에 따른 여론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참석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유지할지도 관심인데 삼성 측은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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