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저출산 대책, 사회 전반의 '환경 변화' 전제돼야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 관련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올해 14조7,000억원으로 7배 넘게 늘어났지만 신생아 수는 44만8,200명에서 지난해 43만5,400명으로 감소했다. 출산장려금 같은 단순 지원금만으로는 1% 초반의 출산율을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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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빚이 너무 많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다 보니 알려진 가계부채만도 1,085조원에 달했고 전월세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1,8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전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주거비 비중도 가계지출의 34%로 껑충 뛰었다. 어디 그뿐인가.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넣으려면 대학입시보다 더 치열한 입원 전쟁을 치러야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학원이나 과외를 위해 전체 수입의 13.6%를 바쳐야 한다. 주거비와 교육비로만 전체 수입의 절반이 날아가는 판이니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아이 낳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를 낳을 20~30대는 일자리 찾기에도 벅차 결혼과 출산을 사치로 여기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국가라는 오명을 쓴 것도 이해가 된다.

저출산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원금이 아닌 열악한 사회·육아환경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공교육을 활성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전월세 안정화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육아 시스템을 재정비해 출산해도 아무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전망처럼 대한민국이 2300년대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비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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