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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라면 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밥도 팍팍 먹어야 합니다. 집에도 문도 쾅쾅 닫으세요."
1996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이순원(57)은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젊은이들에게 "긴 안목과 자신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현대차는 이날 20대를 위한 에세이북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를 발간하고 그 기념으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에는 이 책에 글을 기고한 이 작가와 방송PD 김진만씨, 연극배우 박정자, 가수 윤종신 등이 출연해 700여명 젊은이들과 얘기와 음악을 나눴다.
이 작가는 젊은이들 앞에서 자신의 20대 시절을 회고했다. 문학의 열병을 앓았지만 10년 내내 신춘문예에 낙방한 일을 소개하며 "글쓰기는 자신도 있고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그때 만약 포기했다면 작가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젊은이들에게 권했다.
그는 이어 "인생은 긴 만큼 눈앞의 이익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20대라면 달력이 50뭉치씩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1~2년 정도를 써도 괜찮으니 느긋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는 "요즘 세상의 여건이 젊은이들에게 10년을 두고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를 안 준다"면서 "그렇지만 느긋하게 생각하고 모든 행동을 자신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 에세이집에 기고한 글 '너는 천천히 피는 꽃이란다'는 초등학교 때 용기를 준 은사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 초등학교 출신으로 군 단위 백일장에 나가 입상하지 못해 의기소침해 하던 소년 시절 자신에게 선생님이 "너는 이 다음에 큰 열매를 맺기 위해 천천히 피는 꽃"이라고 격려했는데 이후 10년간 신춘문예를 낙방하면서도 그 격려를 기억하며 용기를 냈다는 스토리다. 이 작가는 결국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문단에 등단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수색, 그 물빛 무늬'와 장편 '순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을 발표하고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를 펴냈다.
한편 이번 에세이북에는 이 작가 외에 소설가 신경숙, 드라마작가 노희경, 생물학자 최재천씨 등 다앙한 인물이 기고했다. 발행인인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번 책에 담긴 메시지를 거울 삼아 젊은이들이 뜨겁게 사랑하며 가치 있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전국 100개 대학 도서관과 학생회, 군 생활관 등에 이 책 2만권을 전달할 예정이다. 책과 관련 이벤트에 대한 안내는 영현대 페이스북(www.facebook.com/younghyundai)에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