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에 인터넷쇼핑몰이 탄생한 지 만 10돌이 되는 해다. 국내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10년새 1만배 넘게 성장하며 새로운 ‘신화’를 써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지난 97년 10억원대에 그쳤던 인터넷쇼핑몰 시장규모는 올해 1만배가 넘는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터넷쇼핑몰 산업은 지난 10년간 백화점ㆍ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망만 존재하던 국내 유통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이제는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택배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성장을 유도하는 등 국내 경제성장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오픈마켓의 활성화로 수십만명의 디지털 상인들이 등장,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10년간 1만배 성장=인터넷쇼핑몰은 지난 96년 6월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이 탄생하면서 국내에 등장했다. 당시 주요 기업들의 매출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99년부터 시장규모를 집계한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지난해 10조4,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1만배 이상 급성장했다. 인터넷쇼핑 사업자 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인터넷쇼핑 사업자는 총 4,403개로 96년 단 2곳에서 10년 만에 무려 2,200배나 늘었다. 최근 G마켓 등 오픈마켓이 등장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소호(SOHO) 사업자들까지 합치면 수만개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국내 최다 인터넷쇼핑몰을 구축한 메이크샵의 누적 인터넷쇼핑몰 수는 현재까지 7만3,000여개에 달한다. 조현찬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리기획팀장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96년 730만명이던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해 3,300만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인터넷쇼핑 산업이 급성장했다”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창업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성장원인”이라고 말했다. ◇유통산업 핵으로 부상=인터넷쇼핑이 전체 소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에서 지난해 15%로 늘어나 이 기간 모든 유통방식 중 가장 높은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할인점(35%), 백화점(25%)에 이어 세번째로 올라서 대중적인 쇼핑방식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재래시장ㆍ백화점ㆍ할인점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유통을 대폭 강화했다. 동대문ㆍ남대문 등 대표적인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각 상인들별로 인터넷몰을 구축했고 롯데 등 대형 유통사들도 자사 인터넷쇼핑몰의 상품구색과 배송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모두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GS홈쇼핑ㆍCJ홈쇼핑은 올들어 잇달아 오픈마켓시장에도 진출했다. 박주성 신세계 상무는 “유통업계도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서 갖고 있던 장점을 인터넷쇼핑에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 ‘블루오션’으로=산업자원부가 주요 인터넷쇼핑몰 15개사의 2005년 고용창출효과를 조사한 결과 해당 기업과 관련 기업들을 합쳐 총 4만6,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내 소호 사업자들이 창출해내는 일자리는 더욱 많다. 실제 G마켓이 최근 판매자 1,6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명당 평균 3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십만명의 ‘디지털 상인’들이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고용창출효과는 훨씬 크다. 인터넷쇼핑을 위해 필수적인 전자지불결제대행업ㆍ택배ㆍ인터넷광고 등 관련산업도 덕을 톡톡히 봤다. 전자지불결제대행업계 1위인 이니시스의 2001년 매출액은 7,42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2,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택배물량도 2000년 2억5,000만상자에서 지난해 5억4,000만상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 10년전 그땐 그랬지! "쇼핑하고 싶은데 거기 위치가 어디죠?" 지난 96년 6월1일. 온라인 '채팅'을 신종 연애기법으로 알리는 데 한몫 했던 영화 '접속'이 등장하기도 1년이나 앞선 시절 '인터넷'을 통해 쇼핑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올해로 만 열살이 된 최초의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의 그때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여보세요. 거기 위치가 어떻게 되죠. 쇼핑하러 가려고 하는데요." 고객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롯데닷컴 직원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96년 온라인 쇼핑이 생소했던 당시 다짜고짜 직접 쇼핑하러 가겠다며 회사 위치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 100여통씩이나 걸려왔다. 인터파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고객은 자기 회사가 인터파크 바로 옆 건물이라며 "30분 내로 배송해달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금은 클릭 몇 번에 끝날 회원가입도 당시로서는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고객이 온라인 상에 인적사항을 등록하면 쇼핑몰에서 고객 비밀번호와 감사편지를 보내고, 다시 고객이 확인 편지를 보내야 비로소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고객 '보안' 서비스가 미숙해 발생한 황당 사건도 있다. 롯데닷컴에서 한 40대 남성고객이 소위 민망상품인 성인용품을 구입했는데 상품명이 박스에 그대로 찍혀 회사로 배달돼 동료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말았다. 롯데닷컴 직원들은 수 차례 그 고객에게 찾아가 용서를 빌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