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꿀맛과 꽃나무 숲


'꿀맛 같다'는 말은 달콤하다는 의미를 넘어 두루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쓰인다. 서구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허니(honey)라고 부르는 것도 꿀이 주는 행복감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꿀은 행복하고 충만한 맛의 상징이다. 꿀은 아주 오래된 인류의 먹거리이자 약용식품이기도 하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꿀을 따는 여인 암각화는 무려 기원전 7,000년 경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생일을 맞은 어린이 입술에 꿀을 발라주며 건강을 빌었고 피라미드에 꿀단지를 부장품으로 넣어 불멸을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고구려에서 꿀벌을 이용했다는 기록을 삼국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꿀벌산업은 꿀과 화분 등 생산물의 가치뿐 아니라 생태계 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공익적 가치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꿀벌이 살아갈 터전을 잃게 되면 꿀맛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꿀벌에게 꽃가루 운반을 의존하는 농작물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내 농작물 수분작용에 기여하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6조원 규모로, 벌꿀 등 생산물 가치의 18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꿀벌산업은 전례 없는 어려움을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갑자기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른바 '봉군붕괴증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 발생했는데 과학자들은 밀집사육, 바이러스 감염, 농약중독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다행히 미국과 같은 봉군붕괴증상이라 볼만한 현상은 없었지만 꿀벌의 좋은 먹이가 되는 아까시나무와 같이 밀원(蜜源)에 적합한 꽃나무 숲의 감소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개화기간이 길고 꿀맛이 좋아 밀원으로는 좋은 수종인데 목재가치가 높지 않아 식재 면적이 매년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자체와 함께 밀원수림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특색에 맞게 공유림에 아름다운 꽃나무 숲을 가꾸어 "볼거리, 즐길거리"도 만들고 꿀벌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꿀벌은 1㎏의 꿀을 모으기 위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거리인 4만㎞를 비행할 정도로 성실하며 꿀벌춤으로 상호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민주성을 갖췄다. 꿀벌이 감미로운 꿀을 만들고 생태계 보전의 제 임무를 해낼 수 있도록 우리도 함께 협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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