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지수 2,000선이 무너지면서 종합주가지수도 힘없이 밀려 870선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나스닥지수의 조정분위기가 완연한 가운데 종합주가지수도 나흘 연속 하락하고 낙폭도 갈수록 커져 지수의 방향이 `하락`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15.56포인트(1.74%) 떨어진 876.02포인트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도한데다 11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주식옵션 동시만기일)에 앞서 1,8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처럼 1,900여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낙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스닥 2,000 붕괴, 국내 증시도 `한파`=최근 증시의 고민거리는 매수세를 이끌만한 재료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모멘텀 부재 속에 전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13.62포인트(0.7%) 내린 1,995.16포인트로 마감하며 심리적인 지지선인 2,000선이 붕괴되자 국내 증시도 힘없이 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졌다.
특히 외국인들이 이틀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간 게 시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외국인은 전일 1,000여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도 240여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 나스닥지수가 상승세로 반전하지 않으면 외국인들도 순매도과 관망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종합주가지수도 조정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안 발의 등 정국의 혼미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증시 추세선 붕괴, 조정 장기화 우려=그 동안 전세계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해 어느 정도의 조정은 예견돼 왔지만 하락 폭이 크다는 점에서 증시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하향쪽으로 지수방향이 바뀌지 않았냐는 우려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월 26일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힘없이 무너져 전문가들이 수급 잣대로 일컫는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 앉은 상황이다.
아시아 증시 역시 점점 기력을 잃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보다 지수 흐름이 좋았던 타이완시장도 이날 크게 하락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5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도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하락, 추가하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우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을 비롯해 미국 기술주의 1ㆍ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미국 증시 조정양상과 외국인 매수세 약화를 고려할 때 국내 증시의 추가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차티스트는 “지난해 3월 이후의 상승흐름이 아직 꺾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1년간의 상승추세대역 하단부인 845선이 깨질 경우 장기적인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비`를 기다리는 증시=이번 조정은 악재에 따른 하락이라기보다는 호재 부족과 쉼 없이 상승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매수세를 자극할 만한 촉매가 나타나면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2ㆍ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116으로 1ㆍ4분기 전망지수(89)에 비해 크게 호전됐다는 점은 국내 증시가 애타게 기다리는 내수 회복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봉원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리플위칭데이와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대형주 중심의 혼조양상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 내수주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파장을 우려했던 야당의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대해서도 임태섭 골드만삭스전무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새로운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 불안 요인이 대부분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호재성 재료가 등장할 경우 조정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3월 말부터 시작 되는 기업 실적 예고 시즌도 증시에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