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싸고 가열되고 있는 국민투표 논란에 대해 직접 나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날 정리한 입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후보시절 내걸었던 ‘당선 후 1년내 국민투표’ 공약은 이미 종결됐고 둘째 이 문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 가면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역설했다. 신행정수도 건설문제가 정책적 쟁점으로 부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회로 공 넘겼다=
노 대통령은 16대 국회가 지난해 12월 행정수도특별법을 여야 4당 합의로 통과시킨 점을 지적하며 국민투표 공약은 효력이 이미 소멸돼 물건너간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대통령은 헌법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에 입각해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국민투표에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떤 공약도 그 공약을 집행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는 공약을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국민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든지 대통령이 거역할 수 없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 나오기 전에는 기존의 합의(특별법)에 따라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 가면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공을 국회에 떠넘겼다. 야당 등이 굳이 국민투표를 해야겠다면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라는 메시지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구속력 있는 법과 국회에서의 의결은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도 있고 구속하지 않는 것도 있다”며 “(국회가) 구속력 있는 의결로서 결정하면 대통령은 그것을 그대로 집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지난해 통과된 특별법을 의결로 폐기하거나 국민투표 실시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찬반이 팽팽히 엇갈려 앞으로 국론이 양분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정치공세 비판=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이 문제(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해서 스스로의 당론을 먼저 결정하고 다음에 논란을 해야지 않느냐”고 밝혔다. 특히 “이런 정치적 공세의 방법(공약시비)으로 접근하는 것은 떳떳한 태도가 아니라”면서 “자고 나면 뒤집고 흔들고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회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 정치수준이 이래 가지고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은 정책 논란이 아니고 정쟁 수준이다. ‘대통령 흔들기’의 저의도 감춰져 있다”면서 “행정수도특별법 폐기여부에 대해 당론부터 정하고 당당하게 논란하자”고 공세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