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를 전공한 한국 화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면 ‘어떻게 하면 서양화풍의 답습이 아닌 동양적이면서도 차별화 된 나만의 세계를 드러낼까’일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한국의 풍경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해법 중 하나일 듯하다. 우리 자연이 안고 있는 서정성을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 박일용이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80년대 영남지역 화풍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신예풍경화가로 평가받았던 그는 사실적인 화풍을 고수하며, 조화로운 색채와 부드러운 붓의 감각이 뛰어난 작가다. 특히 단순하면서 밀도가 있고 강한 힘이 실려있는 수평선 구도법으로 그는 80년대 진부하게 느꼈던 사실주의적 풍경화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작품에는 인상주의적인 화풍과 포비즘을 연상시키는 거친 필치와 강하고 밝은 색상 그리고 과장에 가까운 강렬한 대비가 두드러져 풍경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온다. 관람객들은 균형과 감정의 절재로 표현된 풍경과 정물을 만날 수 있다. 또 우리 자연을 화두로 삼아 냉철하게 사유하고 거듭된 성찰로 자기만의 미학을 정립해 온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다.
과거보다 소재의 범위도 넓어졌다. 영남지역의 풍경을 주로 다뤘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도ㆍ금강산 등 국내는 물론 중국의 소저우ㆍ항저우 등 여러 곳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전시에는 정물과 풍경 등 30여점이 걸렸다. 현대적이면서도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단아한 정물화 10여점과 수평구도법으로 그린 풍경화 20여점이 소개된다. 예전보다 필획이 더욱 자유롭고 간결해져 한층 더 사색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익영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 너머에 있는 사색과 성찰을 표현한다”며 “작가는 고독한 자연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고있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이 자연에게 들려주는 내적 기쁨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4일까지 계속된다. (02)549-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