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혼합형 펀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주식형 펀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안정적인 성향의 자금들이 은행에서 이탈해 넘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예전보다 주식투자 비중을 낮춰 안정성을 높인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에는 1조6,97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지난달 13일부터 현재까지 6,800억여원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이는 전체 설정 규모가 더 큰 국내 채권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1조2,830억원)보다도 많은 것이며 3조5,0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간 주식형 펀드와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NH자산운용의 대표 채권혼합형 펀드인 'NH-CA Allset모아모아30[채혼]ClassA'와 'NH-CA Allset모아모아15[채혼]ClassA'에는 올해 들어 각각 2,269억원과 1,25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채권혼합형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의 상당수가 저금리를 피해 은행 예·적금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 후반대에 머물자 투자자들이 적절한 위험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63%로 은행 금리보다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태영 NH자산운용 상품전략팀장은 "은행 예·적금에 넣어둔 자금은 안정 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주식시장이나 주식형 펀드로 이동하지는 않는다"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수익이 좋은 채권혼합형 펀드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도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안정적인 상품을 내놓는 등 마케팅 노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KTB자산운용은 현재 운용 중인 'KTB배당플러스찬스펀드'를 다음달 중 KB국민은행에서도 판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은행 예·적금이나 채권에 투자할 경우의 메리트가 없어졌다"며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은 리스크가 큰 상품보다는 중위험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판매망을 은행으로 넓히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비중을 낮춰 안정성을 높인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이달 초 기존 'KB가치배당40펀드'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20%까지 낮춘 'KB가치배당20펀드'를 출시했으며 하이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기존 '하이실적포커스30펀드'의 주식투자 비중을 낮춘 '하이실적포커스15펀드'를 선보였다.
안정성이 강화된 점이 부각되면서 현재까지 이들 상품의 판매성적도 좋다. KB자산운용의 KB가치배당20펀드는 보름 남짓한 기간에 417억원의 자금이 몰렸으며 하이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하이실적포커스15펀드도 한 달이 채 안돼 6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KB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피해 채권혼합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운용사들도 은행권 이탈 자금을 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