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다시 뛰는 식품기업들] (중)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라

외식서 바이오까지… 사업다각화로 미래 먹을거리 찾는다<br>"조미료·두부 등 내수시장 포화" 글로벌화 쉬운 소재 사업 강화<br>튀기지 않은 도넛·씹는 커피 등 역발상 제품으로 새 수요 창출도


올 한해 국내 식품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기업 간 다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조미료ㆍ두부ㆍ고추장 등 좁은 식품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포장지 카피 논란, 성분이나 원재료를 둘러싼 시비 등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식품기업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근원적 이유로 내수시장의 포화를 꼽고 있다. 한정된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다 보니 각 업체들이 특징이 모호한 제품을 백화점식으로 내놓았고 결국 식품 아이템별로 출혈ㆍ과당 경쟁이 빚어졌다는 것. 최근의 갈등 양상은 그런 경쟁이 나은 부산물이란 뼈아픈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식품기업 입장에서 절체절명의 과제가 돼버렸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남들이 레드오션으로 치부하는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가 하면 식품 기술을 활용한 소재사업 육성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 과열, 소비심리 불안 등으로 영업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원재료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한 우물만 고집해서는 생존하기 버겁다"며 "정체된 성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다각화는 경기 변동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이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ㆍ소재 사업 강화=사업 다각화와 관련해 가장 뚜렷한 변화는 바이오 및 소재 사업 강화다. 식품ㆍ의약품 등의 원재료를 만드는 바이오ㆍ소재사업은 식품사업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식품사업에 비해 글로벌화가 쉽다. 식품의 경우 각국 문화에 따라 제품을 현지에 맞게 바꾸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클 수밖에 없다. 바이오ㆍ소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소재식품 40.1% ▦가공식품 37.2% ▦사료 13.9%, ▦생명공학 8.6% 등이다. 바이오ㆍ소재 사업의 비중이 이미 60%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30만톤인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생산량을 오는 2013년까지 50만톤으로 높여 해외 바이오 부문에서 매출 2조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상은 아직 바이오와 전분당 사업 매출이 식품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이 분야를 대폭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조만간 동남아 지역의 전분당 공장을 인수해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상 자회사인 대상FNF도 '종가집'김치 연구과정에서 항균성이 뛰어난 '김치 유산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빙그레는 자일리톨의 원료인 '자일로스'를 생산하기 위해 해외 합작법인에 지분을 투자, 신소재 사업에 합류했다. 내년부터 자일로스가 생산되기 시작하면 이 자일로스를 아이스크림 및 유제품 등에 응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간장을 주로 만드는 샘표식품도 콩 발효기술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소재를 개발 중이다. 박성칠 대상 대표는 "신소재 사업은 식품기업의 기술력을 적용할 수 있는데다 아직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도 없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화가 모두 가능한 만큼 이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역발상으로 수요 창출=제 아무리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해도 아이디어 제품은 통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퍼플오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퍼플오션이란 포화시장을 뜻하는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말하는 블루오션을 조합한 말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신수요층을 개발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를 위해 오리온 닥터유는 '튀기지 않은 도넛'을 만들었다. 튀기지 않은 도넛은 '도넛=튀기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제품으로 기존의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 만드는 도넛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스팀으로 쪘다는 게 특징이다. '스팀'을 활용한 제조법은 수증기를 이용해 익히는 방식으로 떡이나 증편을 만들때 사용되는데 저온에서 제품을 익히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적어 식품 고유의 담백하고 촉촉한 식감을 그대로 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의 한 관계자는 "튀기지 않은 도넛은 과자로 영양을 설계한다는 '닥터유' 본연의 취지에 맞게 만든 간식"이라며 "도넛의 고정 관념을 깬 만큼 도넛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의 던킨도너츠는 기존의 커피의 개념을 버리고 씹고 마시는 커피인 '아이스 젤리 라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 제품은 기존 아이스라떼에 젤리를 함유해 씹는 식감을 더했다. 음료는 마시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탈피한 셈이다. 동서식품의 아이스티 '티오'는 달지 않은 아이스티라는 콘셉트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아이스티보다 설탕 함량을 3분의1로 줄이고 올리고당·자일리톨을 첨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식음료 시장에서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외식사업 진출 봇물=외식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업체도 많다. 외식사업은 현금 유동성 확보 면에서 장점이 있고 식품기업으로서 쌓은 노하우를 쉽게 접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농심은 최근 한국형 쌀국수 전문점인 '뚝배기집' 1호점을 서울 중구 순화동에 오픈했다. 농심의 외식사업 진출은 카레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에 이은 것으로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매일유업도 올 하반기에 일본 양식 브랜드 '만텐보시'와 딤섬 전문 매장 '크리스탈 제이드 딤섬'을 여는 등 외식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매일유업으로서는 기존의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제이드를 비롯해 인도 요리 레스토랑 달(Dal),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유럽풍 샌드위치카페 부첼라로 대표되는 외식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보다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 남양유업은 회전초밥집 '사까나야'와 이탈리안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식사업은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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