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버'하지 않는 한국사회

"오버(Over) 하지 마!" 신세대들과 함께 있으면 많이 듣는 말이다. 중국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는 것을 보면 소위 '오버'를 경계하는 것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중용의 도를 지킨다는 말을 흔히 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한 곳으로 치우침이 없는 도리, 진정한 삶의 중심을 지키면서 자신의 주체를 잃지 않는 자세를 중용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개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사욕이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을 한번 돌아보자. 현직 대통령의 두 아들이 각종 게이트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청와대 비서나 특정 권력인의 수행원이 압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역시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민생 현안은 제쳐두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한다고 국민으로부터 비판 받는 정치권이나 해마다 반복되는 인재성(人災性) 수해에도 나 몰라라 발뺌하는 공무원의 모습도 옛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신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이 인사청탁을 받은 사실을 밝히고 경고 발언을 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반가울 정도이다.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기의 지위나 권한을 'Over'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일하는 국회, 상임위 시간준수부터.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직을 맡은 직후 우선 몇 가지 원칙을 표명했다. ▦상임위 정시 개회ㆍ속개 엄수 ▦대중식당 이용 및 업무보고 오전ㆍ오후 분리 등 부처부담 줄이기 ▦비서실 경유없이 부처 실ㆍ국장 직접 보고 체계 구축 ▦건설교통 관련 민생신고센터 설치(on/off 라인) 등이 그것이다. 건교위가 실질적으로 일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지만 이 글을 접하는 국민들은 '그게 무슨 특별한 것이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그럼 여태껏 그런 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느냐'고 의문점을 가지거나 '상임위원장이 표방한 운영 원칙치고는 너무 스케일이 작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작고 기본적인 원칙들을 지키는데서 비롯되는 만큼 상임위원장 활동의 출발선을 작지만 무거운 첫걸음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짠돌이라 부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식사는 1,800원 짜리 구내 식당에서 하고 보고서는 이면지를 활용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전기와 화장실의 물도 절약하라는 이야기엔 이골이 났다고도 한다. 건교위원장이 된 후 어떤 기자는 '짬밥먹는 의원님, 찬밥되는 건교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축하 화환을 돌려보내고, 건교부에 자정결의 대회를 주문하며, 상임위 첫날부터 상견례만 하던 관례와는 달리 오후 8시까지 업무현황을 보고 받았다는 게 그 이유이다. 어찌 보면 노른자위 상임위의 거품이 빠지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진통을 그리 표현했는지 모른다. 800cc짜리 경차(마티즈)를 직접 운전하고, 정치자금 후원회가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것도 정치인이 한푼이라도 받으면 줘야 하는게 인지상정이기에 아예 안 받고 원칙대로 하려니 '오버'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통합과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 건설교통 분야의 국정 조정자로서의 기본적 역할인 '통합(Integration)'과 '조정(Coordination)'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이 역시 한국사회의 수직적인 조직구조와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 때문에 문제로 지적 받았는데 앞으로 부서와 부서간, 기관과 기관간의 원활한 업무 조정을 통해 통합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려 한다. 또한 여당과 야당간,국민과 정부간의 조정자 역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끝으로 월드컵 이후 우리 사회에 불고있는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을 상기했으면 한다. 히딩크식 축구는 방법상으로 '기본으로 돌아간(Back to the Basic)' 전략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기본원칙을 고수하는 정책이 우리 풍토에서는 시행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욕심을 내려다 과유불급의 오류를 범하거나 중용의 도를 잘못 오해하여 회색 논리, 양비(兩非)ㆍ양시(兩是) 논리로 빠지지 않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으면 한다. '오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도(正道)를 지키는 21세기 한국사회를 기대해본다. /신영국<국회건설교통위원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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