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죽음ㆍ이혼ㆍ실직 등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단형(短形)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반면 장형(長形) 5-HTT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위기를 잘 견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대학, 미국 위스콘신대학, 뉴질랜드 아우티지대학 공동연구팀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5-HTT 유전자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한다. 각 개인은 장형 유전자 2쌍이나 단형 유전자 2쌍 또는 단형과 장형 유전자 하나씩을 부모로부터 받는다.
연구팀이 뉴질랜드의 장기 건강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성인 847명 중 최근 5년 사이에 여러가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겪은 402명(21~26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나타난 사람은 단형 유전자가 하나 이상인 그룹(265명)이 33%인데 비해 장형 유전자 2쌍을 가진 그룹(147명)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단형 유전자가 하나인 사람은 장형 유전자가 2쌍인 사람에 비해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할 가능성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5-HTT 단형 유전자가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고조시키는 반면, 장형 유전자는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발생에 저항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우울증 환자는 1억2,100만명에 이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