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잇따라 포기… 국내도 MVNO 도입 '위기감' 은행연합등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시장진출 검토… 정통부 경쟁활성화 의지 불구차별화된 서비스 찾기 어려워…"사업실패시 안전책 마련해야" 최광기자 chk0112@sed.co.kr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의 왕국 미국에서 잇따라 MVNO 사업자들이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SK텔레콤의 힐리오는 물론 국내 MVNO 도입에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들에게 특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앞세워 MVNO 사업에 뛰어들었던 디즈니가 2년간 적자 끝에 사업을 정리한다. 지난 해에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 ESPN이 설립한 ESPN 모바일이 사업을 정리했으며 올 해 6월에는 10~20대를 겨냥했던 앰프드 모바일이 파산했다. MVNO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여유 주파수를 빌려 독자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미국 시장은 이동통신가입인구가 아직 80%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잠재력이 풍부하고 인종ㆍ세대ㆍ취미 등 특정 틈새시장이 넓어 50여가 넘는 MVNO 사업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가입자 460만명을 넘긴 버진 모바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대부분이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고 있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신전문가들은 MVNO가 공략한 틈새시장이 어느 정도 확대되면 기존 이통사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잠식하는 데다 틈새 시장을 공략할 특화 단말기의 수급도 쉽지 않아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MVNO는 기존 이통사와 차별화를 위해 요금할인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T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힐리오는 물론이고 향후 정보통신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국내 MVNO도 다른 사업자 참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모바일금융협의회), 하나로텔레콤, 온세텔레콤, CJ케이블넷 등이 MVNO진출을 검토 중이며, 자동차ㆍ할인점ㆍ정유사 등의 업종에서 MVNO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 정통부의 경쟁 활성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미국보다 열악해 다른 사업자들이 MVNO에 손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 보급율은 90%에 달하며 기존 이통사들의 서비스 경쟁력도 뛰어나 신규 업체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통사의 망을 이용하면서 지불하는 망 임대료가 원가 수준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MVNO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충분한 정책적 유인책을 만드는 것은 물론 향후 사업 실패 시에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칫 예전 시티폰사업자들이 모두 문을 닫을 때 KT가 가입자를 떠안은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 MVNO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 심의를 앞두고 의견충돌로 인해 11월 국회상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로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수익성보다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극히 제한된 업종에서 MVNO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MVNO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의 망을 빌려 주파수, 네트워크 없이도 독자적인 브랜드와 요금체계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사업자. 입력시간 : 2007/09/30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