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에너지 전쟁] 자원외교 업그레이드
러시아·중앙亞등 정상외교로 상당한 성과불구석유·가스유전 지분참여 등 단기 성과에 그쳐해당지역 경제개발 고려한 총체적 접근 필요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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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북아 에너지시장 '돌풍의 핵'
지난 4월 15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 아흐메트 네즈데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아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제협력과 교류증진에 대해 논의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혈맹(血盟). 한국 대통령의 터키 방문이 단순한 친선도모 차원이라고 보기에는 시기가 절묘했다. 중앙아시아 진출에 대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서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었다.
중동 등 기존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석유ㆍ가스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그런데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터키계통이다. 터키는 이 지역에서 큰형님인 셈이다. 즉 중앙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서 터키와 협력하는 것이 한국과 터키 양국에 이익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을, 올해는 우즈베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장기적으로 카스피 해를 중심으로 석유 등 에너지원의 공급처를 안정시켰다고 평가된다. 이번 터키 방문은 여기에 확실한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우리 기업의 경우,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외의 자원개발권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지역의 정치적 리스크도 적지 않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해외 자원개발ㆍ협력에 대해서는 좀더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유전투자 등 자원위주의 협력이 아닌, 지역경제개발을 염두에 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ㆍ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 등 주요 자원부국에 대한 적극적인 정상 자원외교로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한다. 우리 기업들이 잇따라 유活?확보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도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이, 이어 지난 5월에는 이해찬 총리가 잇따라 방문, 공을 들인 결과다.
올해는 중동 및 자원개발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주요국에 대해 자원 외교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의 중요성이 보다 두드러진다. 이라크 전후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올해 터키를 방문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방한해 에너지협력에 논의한 것이 그 대표적 성과다.
산업자원부는 “정상외교를 통해 정부차원의 협력기반을 마련, 자원개발 프로젝트 참여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발굴된 프로젝트는 공기업과 민간이 컨소시엄을 구성, 진출하고 수출입은행ㆍ수출보험공사 등 공적기관은 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에너지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고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단순한 양자협력으로는 위험부담이 있다. 다자간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면에서 정부에서 추진 중인 ‘동북아에너지협력체’가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아쉽다.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에너지안보에 대비하고 경제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ㆍ중국ㆍ일본ㆍ몽골ㆍ한국ㆍ북한 등 동북아 6개국을 묶는 것이 목표인 이 협력체에 대해 아직 중국ㆍ일본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소비는 세계 수요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 등의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면서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동북아 협력체가 필요한 이유는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에너지 다소비국과 러시아ㆍ몽골 등 자원부국의 상호보완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장급을 대표로 한 첫 ‘동북아 에너지실무협의회(SOC)’ 가 오는 11월 열린다.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등 러시아 및 중국ㆍ일본과의 양자협상에서 다소 불리할 수 없는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협의체가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외에 중동 국가와 한국ㆍ일본 등이 만나는 ‘아시아 석유소비국ㆍ산유국 에너지장관회의’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1월 인도에서 첫만남을 가진 이번 회의를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중동석유에 대한 아시안 프리미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희망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은 시베리아 자원을 얻기 위해 국가 원수들이 찾아 다니면서 활동을 벌이는 데 한국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한다”며 “러시아 사람들에게서 한국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자원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석유나 가스 유전에 대한 지분참여 등을 통해 단기적ㆍ지엽적인 자원개발 성과에만 집착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중앙아ㆍ동남아ㆍ시베리아ㆍ아프리카ㆍ남미 등은 지역개발이 불충분하거나 정치ㆍ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이들은 자원 거래에 지역개발까지 패키지로 묶는 국가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
중국이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향후 120억달러 규모의 개발투자를 약속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전개발만도 비용이 적지 않지만 지역개발에는 더 큰 모험이 필요하다. 정확한 가치평가와 국가적 노력이 절실한 셈이다.
유승직 에너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센터장은 “에너지자원 외교의 핵심은 공급원을 다양화 하는 것”이라며 “자원개발과 해당 지역개발을 연계, 포괄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7/24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