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져야 합니다. 웃어야 합니다. 오늘 만드는 삶이 다음 생의 내 삶이기 때문입니다."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宙耕ㆍ46)스님이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을 냈다. 스님은 이혼 등으로 부모와 살수 없는 인근지역 아이들을 맡아 키워왔으며 서산 부석사는 1300년 된 천년고찰이다. 고통을 끝내기 위해 삶을 포기하려 하거나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이에게 가장 끔찍한 진실은 죽음도 결코 끝이 아니라는 사실일 터. 스님은 그것을 상기시키며 '당당하고 거침없이 부딪치라'라고 일깨운다. 주경스님은 삶이 인과법칙이라고 했다. 짧게는 오늘 공부가 내일의 성과로 드러나고, 길게는 살아온 10년 삶이 앞으로 10년을 결정하며 지금 우리가 사는 생이 원인이 돼 다음 생을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숙제를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너의 인생이 전생에 네가 지은 결과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노력과 의지가 너의 내생(來生) 을 만들 것이다." 한국선(禪) 불교를 중흥시켰던 경허선사의 뜻을 지향하고 있는 주경스님은 욕심과 관계들로 번뇌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삶을 포기하거나 악다구니로 살게 아니라 때론 바보처럼 살라고도 말한다. 스님은 "거칠어진 속세에서 그래도 어려운 삶을 견뎌내야 하는게 진실이라고 말해줘야 했기에 책제목에 '미안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아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을 인사동에서 만나 "혹 세상의 고통을 회피하고자 스님이 된 것 아니냐?"고 찔러넣자 "한번도 난관을 회피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며 껄걸 웃었다. 동국대 불교학과 82학번으로 대학졸업 후 출가했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