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기미집행 시설 지자체 무대책

내년 1월부터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지주가 국가를 상대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음에도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상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해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특히 국가가 사들이지 못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건축행위를 허용할 수밖에 없어 녹지공간 훼손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건설교통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새 도시계획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지자체에는 도시계획관련 민원이 부쩍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해제 여부와 정부의 보상에 관련된 것이다. 지난 99년 기준 전국에서 도시계획시설로 묶어놓고 10년 이상 개발을 하지 않은 땅이 3,025㎢며 특히 지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목이 대(垈)인 곳도 33.8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지를 전체 매입할 경우의 비용은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21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규모와 보상 추정액은 경북도가 1억2,216만㎡에 6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고 이어 ▦광주광역시 86만7,000㎡(3,991억원) ▦인천 82만7,000㎡(2,500억원) ▦대전시 43만8,000㎡(2,186억원) ▦울산 56만1,000㎡(1,090억원)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7월부터 발효되는 새 도시계획법은 도시계획시설 결정고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토지 중 지목인 대지인 경우 토지소유주가 내년 1월부터 해당 시장ㆍ군수를 상대로 매수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장은 매수청구가 있는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매수여부를 결정,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결정 통보 후 2년 이내에 매수를 하거나 매수를 하지 못할 경우 건축행위를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지자체들은 최근 도시계획시설토지에 대해 재검하고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동안 개발논리만을 앞세워 주먹구구식으로 도시계획구역을 지정해온 터라 해제구역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빈약한 지방재정 탓에 보상대책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된 민원이 하루에도 수건씩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정부차원의 보상대책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지자체에도 길게는 수십년씩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토지소유주들의 보상시기와 보상액에 대한 문의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건교부에서는 정부재정지원은 극히 한정될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새 도시계획법의 취지가 불요불급한 도시계획수립을 지양해 민간의 재산권을 보호하자는 데 있다"이라며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많다는 것은 지자체들이 주먹구구식 행정을 해왔다는 반증으로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토연구원 등에 용역을 의뢰, 정부의 지원방안도 모색하고 있지만 지원규모는 최대한 줄인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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