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검찰이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한 금액만 SK 100억원, LG 150억원, 삼성 152억원 등 모두 402억원에 달하고 있고 여기에 현대차ㆍ롯데 등 다른 기업들이 제공한 것까지 포함하면 재계가 한나라당에 준 불법 대선자금은 7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민주당도 규모는 작지만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지난 대선과정에서 기업들이 여야에 제공한 전체 불법 자금의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한나라당에 152억 제공= 검찰에 따르면 삼성측은 지난 대선을 앞둔 11월초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 받고 국민주택채권 112억원과 현금 40억원 등 모두 152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김모 재무팀장은 당시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로 있던 서정우 변호사와 돈의 규모와 전달방법을 상의한 뒤 11월 중순 법무법인 광장의 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채권 55억원을, 같은 달 하순에는 채권 57억원을 서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현금 40억원을 서 변호사와는 다른 루트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측은 당초 정치자금 한도내에서 합법적으로 제공한 10억원을 제외하고 140억원을 한나라당에 주려 했으나 채권의 할인율 등을 감안해 12억원을 추가, 모두 152억원을 추가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1~3위 기업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자금 액수가 40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체 규모는 당초 정가에서 `설`로 흘러나오던 7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LG로부터 공식 후원금 30억원을 2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 중간에 불법 대선자금 1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상적으로 후원금을 낸 다른 기업들도 그 액수의 몇배에 해당하는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9일 밤 구속된 서 변호사도 대선자금 수수에 관여한 또 다른 인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수사가 진행되면 불법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 캠프도 불법 자금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된 불법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양당 공히 불법자금이 있다”고 밝혀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내역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날 전망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200억~300억원의 불법 자금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